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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83265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11-10
책 소개
목차
비둘기에게 미소를 _007
스튜디오 베이비 _033
당연히 _057
재난 수령인 _081
기부 왕 _105
수태고지 _131
A28 _163
해설│김녕(문학평론가)
모두가 낭떠러지를 걸을 때 _191
작가의 말 _21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직원들에겐 특유의 미소가 있었다. 희미하고 온유한, 환자를 대하는 미소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밤낮없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그들의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환멸의 순간에도 미소 지어야 했다. 환멸을 피막처럼 감싼 그 미소는 손톱 밑 거스러미만 닿아도 찢길 것 같았지만, 주삿바늘이 혈관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환자는 그 미소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직원들은 병원에 채용될 때 특별히 훈련받는지도 몰랐다. 내겐 그것을 익힐 기회가 없었다.(「비둘기에게 미소를」)
비둘기는 매서운 발톱으로 이마를 할퀴고 공중으로 차올랐다. 미간이 얼얼했다. 통증인지, 충격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오물로 얼룩진 붕대가 정수리 위로 펄럭였다. 말라 바스러진 배설물이 비듬처럼 공중에 날렸다. 주체할 수 없는 환멸이 온몸을 우그러뜨렸다. 비둘기가 아니라, 류가 아니라, 간호사들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환멸이었다.
이제 아무도 내게 미소 짓지 않을 것이다.(「비둘기에게 미소를」)
지하 가장 깊숙한 곳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덜컹덜컹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비둘기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고양이는 더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거야.(「비둘기에게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