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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30628097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0-01-20
책 소개
목차
2 1991~1992년 고등학교 시절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루스 이모가 따라 일어서더니 내 얼굴에 대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외쳤다. “할머니께서는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시대! 할머니는 이 상황이 역겹다고, 역겹기 짝이 없다고 하셨어! 우리 모두 그렇다.”
루스 이모는 내 뺨을 후려칠 기세였다. 레이도 크로퍼드 목사도 입을 딱 벌린 채 이모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우리는 다시 우리의 대화를 이어갔고 한 시간 안에 우리는 모든 결정을 내렸다. 오는 금요일에 루스 이모가 나를 ‘하나님의 약속 기독 사도 프로그램’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나는 그곳에서 최소 1년, 그러니까 두 학기를 보내면서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 각각 한 번씩 방학을 얻을 예정이었다. 그다음에 우리는 발전이 있는지 지켜볼 예정이었다.
크로퍼드 목사는 떠나기 전 신이 나의 회복을 도와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기나긴 기도를 한 뒤 모두를, 심지어 나까지도 안아주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곧이어 크로퍼드 목사는 릭 목사가 팩스로 보내온 신청 서류와 입소 조건이 든 마닐라 봉투를 내게 주었다. 입학 비용은 1년에 9,560달러였는데, 부모님의 부동산을 팔아서 생긴 돈, 즉 내 학자금을 위해 두 분이 남겨놓은 돈으로 지불될 예정이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결정이었다.
“이건…… 잘못된 거야.” 콜리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건…… 그냥 장난으로 끝났어야 해. 난 그런 거 되고 싶지 않아.”
“그런 거라니?” 내가 물었다. 갑자기 방금 한 일이 우리 둘이서 한 일이었음에도, 갑자기 내가 잘못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다이크.” 콜리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데?”
“무슨 뜻인지 알잖아.”
“누구한테 무슨 뜻이라는 소리야?”
“하나님.” 콜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린지라면 뭐라고 대답했겠지만, 나는 그만한 확신이 없었다.
“너에게는 큰일이 아니야?” 콜리가 물었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큰일이 아니냐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록 점점 더 그만둘 수가 없어져.”
“어쩌면 그만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 내가 말했다.
“어쩌면 애초에 시작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콜리가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 예상과는 전혀 달리 콜리가 나에게 진하게 키스했고, 그 뒤에는 나를 침대에 눕힌 뒤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 자세로 키스했다. 조금 전까지보다 훨씬 진한 키스, 마치 콜리가 나를 떨쳐버리고 싶어서,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격렬하게 키스하면 나를 영영 떨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키스였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 그러니까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해주었다고 했다. 그때 내가 처음 한 생각,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아이린과 나 사이의 일에 대해 모르시는구나. 아무도 모르는구나. 할머니가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나서도, 적어도 내 귀에 그 이야기가 들리고 나서까지도 나는 곧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엄청난 사건, 내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버린 어마어마한 소식을 이해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엄마와 아빠는 우리 일을 몰라. 엄마 아빠는 몰라, 그러니까 우린 안전해, 하는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될 엄마와 아빠는 세상에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