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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30628981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0-04-06
책 소개
목차
시작하는 글 013
행복한 나의 공간 021
더 나은 곳의 레몬 케이크 031
무언의 끈 033
친애하는 지난날의 나에게 039
패턴들 051
담대함과 두려움 사이 057
충만한 마음 065
탐욕과 욕망 071
시작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수도 없다 075
머리와 가슴 083
어른거리는 그림자 087
사랑을 했다 089
부서지다 099
부질없는 기대 100
순간들 108
결국은 괜찮아진다 111
지옥에 간 마음 119
그녀의 복숭아색 선글라스 121
너 125
더 나은 날들 128
액자 131
별일 없는 날의 추억 133
핏발 138
오전의 말다툼 139
아침의 침묵 143
라치몬트에서 한 남자를 보았다 149
핑계, 핑계 150
탈출 153
저기 분홍빛 문 하나 163
런던 164
낮 167
어젯밤 이야기 172
나의 모든 것 177
그렇게 시작하고 그렇게 헤어지고 185
활기찬 마음 뒤의 그늘 187
다른 사람 196
당신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 199
쓰디쓴 죽 205
심리치료사와 나눈 이야기 207
그 일이 있기 전 216제자리 찾기 219
색깔 225
모래 위 발자국 226
우리 229
들불 230
내 옆의 빈자리 233
밸런타인데이 245
그의 품 안에서 246
옷장의 안쪽 249
새로운 공기 257
옛 친구 261
낭비하지 마요 265
2월의 순수 271
당장 가질래 273
잘 들어봐 278
되고 싶은 내가 바로 나 자신이다 285
믿길 때까지 반복해 288
5년 뒤의 계획 291
짓기와 다시 짓기 294
키스 298
주말 301
불빛을 보면 302
아무래도 피할 수 없는 클리셰 307
친애하는 미래의 나에게 313
리뷰
책속에서
‘최악’이 없다면 ‘최선’도 그다지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선원도, 어떤 어부도, 어떤 선장도 잔잔한 바다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안팎의 폭풍우 덕에 나는 내 개성을 끌어냈고 더욱 강인해졌다.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분노하거나 좌절할 때 어떤 기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언제 그런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지도 보통은 집어 말할 수 있다. 그 감정을 얼마나 강렬하게 느끼는지는 각자 다르지만. 나의 재수 없는 날은 당신의 재수 없는 날과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헤아릴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접합점이다. 열여섯 살짜리가 예순다섯 살 노인과 대화할 수 있고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인생은 감정의 경험이니까. 우리가 누구든 어디서 왔든, 뭔가를 어떤 수준으로 느끼게 되어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위안이 된다. 아무도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휴지를 대여섯 장 더 쓰면서 족히 45분은 달린 끝에(빌어먹을 로스앤젤레스의 교통 체증!) 차는 내 집 앞에 멈추었다. 내 꼴은 엉망진창이라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운전……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도 인사불성으로는 보이고 싶지 않아서 눈물 콧물을 짜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운전사가 내게 휴지를 한 장 더 건네고는 아주 차분한 눈길로 마침내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무슨 일로 속상해하는지는 모르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결국은 괜찮아져요.” 그는 정말로 상냥하고 정말로 진지하게 말한다. 이해심 많고 친절하고 공감해주는 그의 태도에 나는 목 놓아 울고 싶어진다. “고마워요.” 간신히 입 밖으로 끌어내 속삭인다.
나는 차에서 내리고 그는 차를 몰고 떠난다. 그의 차가 거리 모퉁이를 돌아 어두운 밤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집 계단에 걸터앉아 계속 청승을 떤다. 하지만 그 운전사가 한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의 말은 나를 치유하지 못했지만 나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 말을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 괜찮아질 테니까. 결국은 괜찮아질 테니까. 내게 필요했던 건 그저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낯선 사람의 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