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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30666808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25-06-13
책 소개
목차
서막
제1막
제2막
제3막
코다
커튼콜
작가의 말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이 세상에 불확실성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누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누가 곁에 남을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홀로 남겨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떠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울 때면 나는 다른 여자애들처럼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는 상상 대신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내가 꾸었던 꿈은 니콜라이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신문과 사진에서만 내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동물계에서 가장 사회적인 생물은 바로 새다. 같은 종과 일절 교류 없이 밤낮으로 홀로 대양 위를 날며 최대 수년간 땅에 발 한 번 디디지 않는 앨버트로스조차 결국엔 대대로 이어져 온 서식지로,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장소로 돌아간다.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무대에 서고, 늦은 밤 비밀 얘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던 우리 사이에는 열네 살이 될 무렵부터 미묘한 균형이 형성되었다. 행운의 여신의 딸처럼 찬연한 소피야. 특유의 진지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생일이 빨라 벌써 열다섯 살이 된 니나. 밝고 유순한 성격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세리오자. 그리고 스튜디오에 늘 처음으로 들어와 마지막으로 나가며 발레 숭배로 자신을 불태우던, 그런 맹목을 누그러뜨릴 우정이 없었더라면 이미 무너져버렸을 나. 우리끼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우리 중에 한 사람이 속상해하고 있으면 나머지 모두가 달라붙어 위로해 주었고, 누군가 잘 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 하나도 무리를 주도하려고 하지 않았다. 브이 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꼭짓점의 리더가 지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꾸어 대형을 유지하는 기러기들처럼 우리는 번갈아 가며 주목을 받았고, 힘 들이지 않는 관성의 상태로 돌아갔다. 움직이며 동시에 쉬는 철새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