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자책] 힐빌리의 노래](/img_thumb2/978896596722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65967224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5-06-02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제1부 내 인생의 뿌리, 힐빌리에 관하여
1 힐빌리 마을, 잭슨
2 할모와 할보의 결혼
3 실패한 중산층
4 쇠락하는 미들타운
5 길게 줄 선 아버지 후보자들
6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
7 할보의 죽음과 엄마의 폭주
8 덫에 걸린 기분
제2부 힐빌리의 이방인,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그늘
9 할모의 품으로
10 독립의 시작, 그리고 할모의 죽음
11 미국에서 가장 비관적인 집단
12 신분 상승의 이면
13 그들만의 세상
14 벽장 속 괴물
15 미들타운에 필요한 것
/ 에필로그
/ 감사의 글
/ 옮긴이의 글
/ 미주
책속에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은 중서부 산업 지대가 쇠퇴하고 백인 노동 계층의 경제 축이 무너지는 현 상황을 우려한다. 제조업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데 대학 학위 없이는 중산층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을 염려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이 걱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나쁜 상황에서 최악의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회적 부패에 대항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더 조장하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진실은 냉혹하다. 그중에서도 산골 사람들에게 가장 냉혹한 진실은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잭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냥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약물 중독자도 널려 있고, 여덟 명의 아이를 만들 시간은 있었지만 부양할 시간은 없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있다. 잭슨의 경치는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환경 폐기물과 마을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그 아름다움을 가린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가 푸드스탬프에 의지한 채 살아가며 땀 흘리는 노동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잭슨은 블랜턴가 남자들만큼이나 모순투성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내가 내뱉은 어떤 말이 엄마의 화를 돋웠다. 그러자 엄마는 시속 160킬로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속도로 달리며 같이 죽자고 했다. 나는 혹시 안전벨트 두 개를 한꺼번에 매면 사고가 나더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뒷자리로 얼른 뛰어 넘어갔다. 그런 내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엄마는 날 두들겨 팰 작정으로 차를 세웠다. 그때 나는 차에서 뛰쳐나와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차에서 내린 곳은 외딴 시골 마을이었고, 내리자마자 나는 너른 풀밭을 가로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렸다. 속도를 낼 때마다 키 큰 풀들이 내 발목을 철썩철썩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