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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96935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3-01-30
책 소개
목차
떠오르는 빛으로
가장 낮은 자리
여분의 사랑
검은 일
변신을 기다려
루프
손의 안위
해설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인 세계에서 우리는_장은영
창작 노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지구에 사는 지구인이 오로지 달의 앞면밖에 볼 수 없는 것처럼 개개인이 받은 상처는 고유해서 누구도 그 상처의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마이클 콜린스가 말한 달의 뒷면은 마이클 콜린스 외에 누구도 본 적 없어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마주해도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것을 보니까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직 말만이 그 일을 할 수 있지요. 이 책을 제게 보낸 사람은 그걸 아는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읽어보라고 표시를 해두었으니까요. 이해의 가능성은 우연에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의지는 우연을 뛰어넘을 만큼 대단하지 않아요. 거듭해 읽다 보니 다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떠오르는 빛으로」 중에서
이젠 완전히 혼자였고 어떤 생각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조금씩 깜깜해지던 바깥에 어둠이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모델하우스와 그 주변을 밝히는 불빛에 바닥의 자갈이 누군가의 눈처럼 번뜩였다. 지민은 번뜩이는 그것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가장 뾰족한 돌 하나를 주워 손안에 숨기고 스타렉스 주위를 한 바퀴 빙 도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창에 지민의 얼굴이 비쳤다. 긴장한 듯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을 지민은 홀린 듯 바라보았다.
-「가장 낮은 자리」 중에서
걸쇠에서 손이 미끄러지며 짐칸이 완전히 기울어졌다. 모서리를 잡고 버텼지만 소용없었다. 가루에 휩쓸려 굴러떨어졌다. 시훈 위로 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시훈은 가루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기어 나왔다. 기고, 구르고, 또 기었다. 그것들이 계속 짖었고, 똑같은 찬송가가 되풀이되었다.
온몸에 가루가 들이닥쳤다. 가루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동안 엔진음과 찬송가가 멀어졌다. 노인은 시훈이 짐칸에 탄 것을 몰랐을까? 시훈은 어쩐지 노인에게 유기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돈을 받고 처리하는 유해한 가루 더미처럼, 흰쥐의 사체와 무르고 터져 폐기되는 참외처럼 더 고약해지기 전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져 버린 것 같았다.
-「검은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