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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391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8-12-10
책 소개
목차
■ 책머리에 : 소설가는 독자를 어떻게 고려하는가
돌아오지 못하는 탕아
목욕하는 여자
청동의 그늘
차디찬 꿈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아베크 르 땅
도라산역 부역장
쥐는 오지 않았다
뼈 피리
■ 좌담 : 작가를 위한 타작마당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머리에 중에서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작가와 더불어 ‘비평적 공감’을 이루어내는데, 그게 독자의 윤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가 작품을 읽는 행위는 문학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생산하는 문화 생산의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독자의 독서력입니다. 독자의 수준이 높아져야 그 나라 문학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중략)
작가와 독자는 가까우면서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그런 관계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와 독자 양편에 모두 비평의식이 필요한 까닭이 이것입니다. 문화는 복선적이고 다면적인 가닥이 다층적으로 흘러가는 물결이라고 할까요. 다양함이 모든 가치에 우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다양성과 역동성이 상실된 문화를 새롭게 하고 생생하게 하는 것은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는 비평의식 혹은 문화의식이 아닐까, 그게 나의 조심스런 제안입니다. (중략)
내가 쓰는 소설이 소설의 종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그래서, 이런 소설도 있네, 하면서 몇몇이라도 눈여겨봐준다면 소설 쓸 이유가 있는 거지요. 그게 내가 독자를 고려하는 방법입니다.
네가 생애를 끝내기 전에 네 기억에 담아두었던 일들을 마무리하게 도와주는 게 애비로서 할 일이라 생각했다. 너의 어머니 소청은 뒷전이었다. 너의 옷가지며 책은 물론, 너의 체취가 밴 물건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애비로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같다. 아마 내가 네 소지품들을 챙겨가지고 돌아갔을 때, 너는 이미 네 기억을 음미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네가 죽어서, 네 형이 장례를 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돌아오지 못하는 탕아」)
현장은 그림 한 폭이 무슨 사주팔자의 끄나풀처럼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리야 레핀의 <답신> 그림에 대한 탐구라는 걸 해나갔다. 현장에게는 연구 아닌 것이 없고 눈만 가서 머물면 모든 게 탐구 대상으로 ‘승화’를 거듭해갔다. 현장은 진국이라는 세상의 평판과는 달리, 자기 먹을 것 별로 챙기지 못하는 빙충이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그래서 용맹하고 잔혹한 코자크들 앞에서는 기가 팍 죽어 늘어지곤 했다.
(「차디찬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