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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200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4-12-26
책 소개
목차
■ 작가의 말
서장 : ‘여승’과 서술자
1 만우절 개강
2 체리의 계절
3 천마를 찾아서
4 자하문 저쪽
5 모기와 마복자
6 매를 날리며
7 신라 종이, 계림지
8 토포필리아
9 크로노스의 초상
10 산골 물소리
11 문화 뒤의 가면
12 계림지를 찾아서
13 변신의 계절
14 아카디아 환상
15 첫눈, 불길과 물길
종장 : 유령의 시간
■ 미주
■ 평설 : 소설이라는 바람(風)에 실린 서사화된 바람(願) _ 호창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설가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비평가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인생의 비평입니다. 그리고 소설가는 자신의 내면에 비평가를 세워두고 있어야 합니다. 소설을 통해 의미를 창출하는 한편, 자신의 작품을 비판적 시각에서 검토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나는 전에 읽은 어떤 글을 떠올렸다. ‘문학은 인생의 비평이다.’ 어떤 평론가가 자기 평론집에다가 인용한 F.R. 리비스의 말이었다. 1932년이던가… 거의 한 세기 전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었다. 소설에서 새로운 추구가 가능할까. 소설이 새롭다는 걸 전제한다면서…
“비평가들 밥 빌어먹겠네,”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백석과 나타샤를 태우고 걸어가는 흰 당나귀 발자국마다, 맑은 바람이 다가와 소용돌이치다가 깨끗한 물이 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바람(風)을 기다리는 바람(소망), 두 바람은 동음이의어였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다’, 그 구절의 ‘바람’을 세속의 바람, 즉 세풍(世風) 혹은 외풍(外風)으로 읽는 것은 고식적 방법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람, 위시(wish), 소망이 배반과 실망을 낳는 게 아닌가.
바람은 언덕으로만 불어 치올라간다. 바람은 언덕으로, 예배당 첨탑 끝으로만 불어 올라간다. 암 수술하는 그 불안과 고뇌의 시간을 서사로 풀어내는 것은 바람기, 그 말고 다른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존재의 내면이 바람으로, 소용돌이로 가득해서 존재가 휘돌아가는 이런 일은 가히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견뎌낸 천강월은 생애에 가로놓인 거대한 강을 건넌 셈이었다. 병이 인간을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우리는 독서를 간접체험이라 합니다. 경험과 체험을 갈라 쓰기도 하고, 바꾸어 쓰기도 합니다. 체험의 직접성과 간접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편이(便易)를 위한 것일 뿐입니다. 사는 과정이 모두 체험입니다. 아무튼, 잘못하다가는 내 별명이 ‘아무튼’ 되겠네, 아무튼 소설 읽기는, 한 인간의 성장에서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책을 사고 읽고 글 쓰고 하는 과정 자체가 체험(객관적 시간의 자기화)입니다. 소설은 언어적 삶을 다루지 않습니까. 소설가는 인간의 언어적 삶을 다루는 전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