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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14965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5-08-25
책 소개
목차
■ 작가의 말
1부
무논에서
산 넘어오는 포성
주재소 가는 할머니
아니, 이 사람아
동생이 생겼다
이사 가는 날
도적골
2부
겨울 햇살
눈 오는 날에
별이 내리는 언덕
송홧가루
팔려간 아이
땅밑에 여우가
3부
마른 꽃의 기억
말집 아이
쥐꼬리와 멍멍이
엄마는 하나다
멍덕이 보내는 날
닭을 몰고 학교로
새로 시작하는 길
■ 평설 │ 시간은 어떻게 ‘나’의 형상이 되는가 _ 오윤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옆에서 귀를 세우고 듣고 있던 선재가 제 엄마 치맛자락을 놓고 앞으로 나섰다.
“아줌마, 우리 동네 탱크 언제 들어온대요?”
“왜 탱크 들어오면 만세 부를라구 그러냐? 제 에미랑 똑같구먼. 저것도 애비 탁한 것이여.”
진봉득은 끔찍한 여자들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남편이 지서에 끌려간 것을 이들은 사상이 볼온해서 그렇다는 듯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중이었다.
“엄마, 나 탱크 구경하러 갈래?”
“탱크 들어오면 너는 죽어, 이노무 자식아.”
“탱크놀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쿠르릉 콰광! 엄마 탱크 보러 가자아. 엄마 안 가면 나 혼자 갈래.” 선재는 제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져 발을 굴렀다.
벼가 누렇게 익은 논두렁길을 걸어가는 동안 선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길 늘어놓았다. 전에는 이건 무슨 풀이야, 이 돌은 왜 동그래, 저 산은 왜 쌍둥이야 그런 질문을 해댔다. 그런데 묻는 게 수준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선재는 무언가 이야기를 끊임없이 옮기고, 또 이야기를 만드는 눈치였다.
“선재야, 그래 유치원이 그렇게 좋으냐?” 선재는 대답 대신, 어른들은 왜 유치원에 안 가는가 물었다.
“어른들은 배울 거 다 배워서 그런 데 안 가도 된단다.”
“쌩이야, 어른들은 무관심해서 뭘 못 배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