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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91130814605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1980년대산(産) 시인들의 상상 좌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상속자의 고민 속에서 태어난 상황시 ―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
오크와 엘프의 속성을 패러디한 판타지적 상상력 ― 송승언의 철과 오크』
위태로운 ‘무대’ ― 김승일의 에듀케이션』
과잉된 자기규정성의 언어들 ― 이이체의 『죽은 눈을 위한 송가』
헌 방의 냉기를 데우는 인간적 정념 ―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사담(私談)에 스며 있는 ‘내부 폭력’, 그리고 운명과의 싸움 ― 박성준의 『몰아 쓴 일기』
다섯 번 태어난 아이 ― 성동혁의 『6』
구도(求道) 관념의 틀 ― 유병록의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다시, 시란 무엇인가 ― 김현의 『글로리홀』
활공하려는 서정의 시원함 ― 황유원의 『세상의 모든 최대화』
1980년대산(産) 시인들의 상상 좌표에 대한 종합
제2부 ‘추(醜)의 미학’은 골칫거리인가 흥미로운 진실인가
나는 왜‘ 추’와‘ 추의 미학’을 고민하는가?
무엇이 ‘추의 미학’인가?
감수성과 취향의 변화
추의 미학의 양극 ― 우스꽝스러운 것과 악마적인 것
인간 본성과 추 ― 폭력과 성의 문제
1980년대 이후 추의 미학의 추이
추의 유효성을 묻다
신경증을 앓는 일상의 내부
‘낯섦’에 대한 우려와 기대 ― 병맛만화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무거운 단상
제3부 시의 다양한 여정들
세속의 비대함을 걸러낸‘ 가벼움’의 철학 ― 이수익 시인의 ‘표정’과‘ 목소리’
만 리 여정을 가는 맨발의 숨은 신(神) ― 이명수의 시 세계
‘돌’의 산실(産室) ― 장옥관 시인의‘ 묵묵한 상상의 거처
뜨겁고 황홀한 외로움의 향기 ― 김상미의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혹은 사유의 유격전 ― 박찬일의 『중앙SUNDAY- 서울 1』
나는 미끄러진다, 고로 존재한다 ― 김승기의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것과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담지된 ‘그림자’의 몸 ― 이위발 시편에 대한 현상학적 읽기
배회자의 껄끄러운 시선 ― 정병근의 멜랑콜리적 속성
허공에 맺힌 새의 환(幻) ― 박완호의 『너무 많은 당신』
미결정 상태로 남은 난제들 ― 하상만의 『오늘은 두 번의 내일보다 좋다』
제4부 ‘자연선택’을 위한 성찰적 시학
희미해지는 근원들
2000년대 시학의 천칭(天秤)
시, 황홀의 방아쇠들
■ 발표지 목록
■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1980년대 태어난 시인들의 지향도 상당 부분 추의 미학 쪽으로 쏠려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들에게 추의 미학은 거부할 수 없는 유산이며 다시 가공해야 할 과제이다. 특히 그들과 가장 근접해 있는 선배들 즉 1970년대 태어난 시인들의 상상세계가 추에 대한 편향성을 강력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980년대산(産) 시인들은 선배들의 추의 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음과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상상력을 어떻게 구별 지을 것인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황인찬과 황유원이 보여준 미의 회복 욕구나 박준의 인간적 서정의 재생 욕구, 유병록의 관념성 등은 이러한 추의 미학과 거리두기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한편 추의 미학 쪽으로 상상력을 전개한 경우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선배들이 주로 해왔던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이미지의 누적 방식을 일정 부분 수용·지양하면서 맥락의 비통일성, 혹은 단절성을 강화하는 형태로 앞선 세대의 방식을 대체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말해 ‘산만성(散漫性)’으로 그들의 의식 세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산만의 미학은 맥락화를 방해하는 상상력의 장애를 형태화한다.
경험적 현실의 추를 재현한 참여시나 민중시, 노동자시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현실에서 체험했던 추악함을 주요 제재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추의 미학과 무관하게 느껴지는 것은 시의 맥락을 이끌어가는 화자의 태도가 크게는 휴머니즘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험적 추를 시인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추함은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이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그곳에서 부당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과 동일화된 연민의 서정을 드러낼 때 혹은 부당함에 대한 분노를 드러낼 때 독자는 화자가 발현하는 태도 즉 정신의 지향을 따라가게 됨으로써 추를 감각하기보다 시인의 정신적 고뇌를 읽게 된다. 이렇게 ‘동일화’를 유도하는 시편들은 독자의 비판의식을 고무시키지만 그들에게 추의 미학 특유의 ‘역겨움’을 선사하진 않는다. 속악한 현실을 재현한 리얼리즘 계열의 시가 경험적 추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추의 미학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화자의 준열하고도 비장한 비판적 목소리가 추한 대상을 포위하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이르는 존재론적 물음까지 다시 물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간을 대체하고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것들이 편리함과 역으로 불안함을 함께 몰고 온다면 그것을 만든 주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문학을 한마디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그것은 인간에 대한 탐구며 나아가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그것의 최종 목적지는 ‘인간성’을 좋게 만들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야말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비인간화의 만연은 인간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며 부작용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행하는 역사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경탄스러운 편리함만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자신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의식’을 지닌 동물이다. 자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근·현대문학 또한 이와 같은 자의식이 추동해온 예술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바탕이 되지 않는 문학은 이미 문학의 본질과 멀어진 수사(修辭)적 장식이나 허언(虛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시대야말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이 행하는 문학적 활동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를 인문정신이라는 큰 틀에서 사유하는 자의식의 발동이 더욱 요청되는 시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