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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91134889098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1-10-25
책 소개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리뷰
책속에서
어쩌지. 나 이대로 여기서 죽는 건가? 아니, 그 전에 아버지가 발견하겠지. 짐에 깔린 딸을 보고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할까. 밀어내는 팔에 힘을 줬지만, 뒤로 넘어져 등을 상자 모서리에 찔리는 상황에서는 온전히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진짜로? 아니, 화장실 가고 싶은데. 안 되겠어. 5분도 못 버틸지 몰라. 갑자기 숨쉬기가 편해졌다. 가슴을 압박하던 것이 사라진다. 벚꽃 향이 불어들고 시야가 밝아졌다. “괜찮으세요?” 맹장지 모서리에 한 손을 올린 남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슬픔이 부풀어 오르지 않도록.”
“─네?”
카케루의 얼굴에서 이번에야말로 웃음기가 가셨다.
“왜, 슬픔은 점점 부풀어 오르잖아. 만약 슬픔에 질 것 같으면 나도.”
여자는 더욱더 빨개진 얼굴을 숙였다.
“아사노 씨 곁에 있거나 같이 밥을 먹어줄 테니까. 그러면 조금은 슬픔도 줄겠지.”
카케루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카케루의 시선을 눈치채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런 다음 조금 화난 것처럼 “아사노 씨가 먼저 한 말이야”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카케루는 눈을 내리떴다.
“지지 않을 거예요.”
여자는 압도당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뜬다.
“저는 슬픔 따위에 지지 않아요. 하지만 또 이렇게 식사나 같이하죠. 저는 당신을 만나면 기쁘거든요.”
“노력하지만 잘 안 풀려서 고민하고 난감해하고 짜증 내고. 그건 전부 그렇게 되게끔 이뤄져 있는 거야. 벗어나려고 노력할 거 없어. 그렇다고 무리하게 정면에서 승부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되도록 정해진 거니까 굳이 자발적으로 어지럽히지 않아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