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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61712
· 쪽수 : 528쪽
책 소개
목차
1. 시곗바늘에 못이라도 박고 싶다
2. 난 널 판단하러 온 게 아니야
3. 절박하면 붙잡아야지
4. 너 때문에 미치겠다
5. 절대로 내 손에서 너 안 놔
6. 이제는 쉬운 게 싫어?
7. 너 내가 저 집에서 건져 올렸잖아
8. 난 그런 너만 보며 살고 싶다
9. 그럼 눈빛부터 발정이 났어야지
10.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에필로그 1. 각자의 지금
에필로그 2. 지완의 이야기
외전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혹시 자위할 때 내 생각 해?”
“뭐?”
순간 말문이 막힌 그가 웃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였다.
“살짝 황당하긴 한데 너한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걸로 해 두자.”
“그것도 아니면 되게 뒤끝 있는 스타일인가 봐. 첫인상으론 전혀 눈치 못 챘던 건데.”
이렇게 고리타분하게 굴 줄 알았으면 당신이랑 안 잤어. 그녀의 눈이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네가 그날 밤 빠뜨리고 간 게 있어서. 난 그걸 얘기하고 싶은 것뿐이야.”
런던에서 그의 침실을 나오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가방 한번 열지 않았고 그가 벗겨 버린 옷은 다시 입었다. 그의 아파트에 그 어떤 것도 흘리고 나오지 않았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어.”
“아니. 넌 그날 밤 가장 중요한 걸 빠뜨리고 갔어. 정작 널 두고 간 거지. 난 하룻밤으로 끝낼 거라고 말한 적 없어. 어차피 결론은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둘 중 하나인 거 아냐?”
그가 한 템포 쉰 후 말했다.
“여태 갖기만 해 봐서 그 외는 관심 밖이야. 따지고 보면 이러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고. 안 그래?”
“되게 자신감 있네. 모든 게 다.”
“내가 한다면 말인 거야. 입으로만 뱉는다고 말이 아니라.”
당신의 그 오만의 끝은 결국 타인에 대한 동정인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만 하는 당신의 결론은 끝내 동정이라는 거지. 모든 게 넘치는 사람이니까.
여유가 없어 시비쯤은 가뿐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묘하게 비위가 틀고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 내기할까? 내가 지금 자리로 돌아가면 홍 총장이 과연 나와 다음 밤 약속을 할지 말지 무척 궁금해지는데. 공 치는 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니 해볼 만한데 어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심심해 죽겠으니까.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놀아 준다고. 기꺼이.
“그래서 내가 얻는 건?”
“날 걸게. 비워. 그래야 채우지.”
“채우기만 하다 넘치는 수가 있어.”
“그건 그때 가 보면 아는 거고.”
송연 역시 희미하게 짓고 있던 미소마저 지우고 서건을 보았다.
당신이나 홍 총장이나 피차일반이야. 결국 나한테서 원하는 건 똑같잖아. 그러니 새삼스럽게 기분 나쁠 것도 없겠지. 어차피 뭘 해도 죽지 않을 만큼만 고통스러울 테니까. 내 인생은 늘 그랬어.
등 뒤에 남은 그가 한참을 보고 서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송연은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볼 뿐이었다.
눈알 한번 굴리지 않고 앞만 보는 병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완이 아닌 송연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