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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04341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2-01-17
책 소개
목차
딱 한 번만이라도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캐리어를 빌리러 집에 갔더니 엄마는 화가 나 있었다.
브라질에 가다니 말도 안 된다고.
“네 이모는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조카를 데리고 가면서 엄마인 나한테 상의 한마디 하지 않고.”
“브라질은 평생 한 번 가기도 어렵잖아? 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기요코 이모 혼자 가면 엄마도 걱정될 거 아냐.”
기요코 이모는 조카와 같이 간다는 개념보다 여자 친구와 여행 가는 기분이지 않을까, 히나코는 생각했다.
실제로 친하게 지내는 연하 친구가 몇 명 있는 것 같다.
“히나코, 지금이라도 거절해. 엄마는 네가 그렇게 멀리 가는 것 싫어. 그치,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정원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한 자투리 공간에서 배팅 연습을 하던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었다. 불안해하는 마음도 이해가 갔다.
“괜찮아, 패키지 투어니까 인솔자도 있고. 아 참, 엄마 선물 뭐 사줄까? 향수? 립스틱?”
히나코가 밝게 말하자 “선물 같은 것 필요 없어” 하더니, 그런 데 쓰지 말고 저금이나 해, 서른여섯이나 되는데, 하는 얘기로 바뀌었다.
계산을 하고 야요이는 잡지 코너로 향했다.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만화를 읽고 있었다. 야요이는 눈앞의 여성지를 집어 들고 기온 마쓰리 즐기는 법이라는 특집을 대충 읽었다. 실패하지 않는 미인 메이크업 기술과 올해는 꼭 장만하고 싶은 성인 유카타와 한국의 추천 잡화점 기사도 훑어보았다.
지금 읽은 것을 자신의 인생에 도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일도, 한 달 뒤도 아니고 ‘언젠가’일 수밖에 없다. 나는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 속에서 살다가 말라 비틀어져서 인생을 마칠지도 모른다.
일 년에 한 번이어도 좋겠다.
이토록 주목받고 뜨겁고 뜨겁게 빛날 수 있는 밤을 갖고 싶다. 이런 밤이 있다면 나머지 364일 아무것도 없어도 좋다.
평균대를 걷는 듯한 불안정한 생활도 그 앞에 있는 어두컴컴한 미래도. 모든 것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밤을 히나코는 갖고 싶었다.
황록색의 큰 깃털 장식을 멘 파시스타가 다가왔다. 오일을 바른 매끄러운 갈색 피부는 조명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났다. 뒤에는 황금 칼을 손에 든 기사들을 이끌고 있다.
사람의 허리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구나.
댄서들의 격렬한 춤에 감탄하면서 히나코의 머리에는 한 장의 낡은 사진이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