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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38405843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2-02-09
책 소개
목차
눈보라 체이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마쓰시타는 대뜸 “와키사카, 지금 어디 있어?”라고 물었다. 그렇게 들어서 그런지 목소리를 낮춰서 거의 속삭이고 있었다.
“나미카와네 집에서 한잔하고 있지. 너도 잠깐 올래? 리포트는 다 썼지?”
하지만 왜 그런지 마쓰시타는 침묵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고 했을 때 “너, 괜찮냐?”라고 그쪽에서 먼저 물었다.
“뭐가?”
“아니, 그게……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 같아.”
“엄청난 일이라니?”
“방금 우리 집에 경찰이 왔었어. 와키사카, 너를 찾는 것 같던데.”
“경찰이 나를? 왜? 나, 위반 같은 거 안 했는데?”
“아니, 교통위반 같은 게 아니야. 제복 입은 경찰관이 아니라 양복에 코트 차림이었어. 그 사람들, 형사인 거 아니냐? 아무래도 번거로운 일에 휘말릴 것 같아서 너하고 그리 친하지 않다고 내가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어. 그런데도 오늘 와키사카는 집에 있었느냐, 집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지 않았느냐, 아주 꼬치꼬치 캐묻더라고. 그거, 네 알리바이를 확인하려는 것 같아.”
“알리바이라니, 그게 뭔 소리야? 마쓰시타 너, 두 시간짜리 드라마 찍냐?” 스마트폰을 귀에 댄 채 다쓰미는 웃는 얼굴을 나미카와에게로 향했다.
“야, 웃을 일이 아냐. 그 뒤에 내가 집 안에서 귀를 바짝 세우고 들어봤는데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다 들리더라고. 아무래도 네 방 현관문에서 지문을 채취한다는 얘기 같아. 실제로 그 직후에 또 다른 사람들이 와서 문 앞에서 부스럭부스럭 작업을 하고 있었어.”
“야, 야, 야, 잠깐, 잠깐.” 다쓰미는 스마트폰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 쥐고 앉음새를 바로잡았다. “그 사람들이 왜 내 지문을 채취하는 건데?”
옆에서 듣고 있던 나미카와의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그게, 뭔가에 찍힌 지문을 대조하네 어쩌네 하는 얘기를 했어. 분명 여벌열쇠라고 하는 것 같던데?”
“여벌열쇠?”
“응, 내가 듣기로는 부엌문의 여벌열쇠라고 했어.”
뭐냐, 그게, 라고 말하려던 순간, 다쓰미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엇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금 너는 강도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니까. 누명을 쓰고 인생이 엉망이 되어버린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되는 줄 알아? 그런 태평한 소리 하지 말고, 오늘 너의 행동을 증명할 방법이나
생각해봐. 스키장에서 지인을 만났다든가, 그런 일은 없었어?”
“그런 건 없었는데…….” 그렇게 말하고 이마에 손을 짚었을 때,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아, 그래!”
“뭐야, 뭔데!” 나미카와가 몸을 쓱 내밀었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트리 런을 할 때 어느 여성 스노보더와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어. 셀카를 찍는데 자기가 원하는 앵글이 잘 안 잡힌다고 해서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눌러줬어.”
나미카와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즉에 말을 했어야지. 증인이 있다면 완벽해. 지금 당장 그 여자한테 연락해!”
“하지만 연락처를 물어보지 않았는데…….”
그 즉시 나미카와의 얼굴이 흐려졌다. “이름은?”
“이름도 모르고…….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나미카와는 끄으응 신음소리를 올리며 팔짱을 꼈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어?”
“딱 한 가지, 단서가 있어. 그 여자, 홈그라운드는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이라고 했어.”
“사토자와 온천스키장? 나가노 현의?”
다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나 내일 그쪽으로 돌아갈 거라는 뉘앙스로 말했어. 대단한 실력의 스노보더였으니까 사토자와 현지에 가서 물어보면 뭔가 알 수도 있어.”
“만나면 얼굴은 알아볼 수 있어?”
“알 거 같아. 사진 찍을 때, 고글을 벗었거든. 상당한 미인이었어.”
좋아, 라고 나미카와는 책상다리를 틀고 앉은 두 다리를 타악 내리쳤다.
“그렇다면 그 여자를 찾자. 너의 무죄를 증명하려면 그 여자를 찾아내는 게 최선책이야. 아니,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어.”
“그거, 혹시 지명수배자 사진인가요?” 남자의 등에 대고 물었다.
엇 하고 남자는 허를 찔린 듯 등이 꼿꼿해지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신지…….”
“우리 스키장 패트롤 대장이에요.” 유키코 씨가 대신 답했다. “말하자면, 스키장의 경찰이죠.”
“그런 말은 하지 말라니까.” 네즈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저었다.
“그렇다면 마침 잘 됐네.” 남자는 사진을 네즈 쪽으로 내보였다. “이 청년, 본 적 있어요? 오늘 여기 스키장에 왔을 텐데.”
네즈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역시 틀림없다, 라고 생각했다.
어때요, 라고 남자가 재우쳐 물었다.
“아뇨.” 네즈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에 없네요.”
“그래요? 거참, 유감이네.” 남자가 사진을 챙겨 넣었다.
“왜 그 사람을 찾고 있죠?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어요?”
네즈의 질문에 남자는 옆에 앉은 동료를 마주 본 뒤에 다시 얼굴을 이쪽으로 향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재벌 2세예요. 그 집 부모가 아들을 찾아달라고 일을 의뢰했거든요. 이래저래 조사해봤더니 이 스키장으로 갔다는 게 밝혀졌어요. 우리, 흥신소 사람들이에요. 흔히 탐정이라고 하는 거.”
“그렇군요.”
“패트롤 대장이라고 했죠? 혹시 이 사람을 보면 좀 알려줄래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여주인에게 건네려고 했던 메모지를 내밀었다.
네즈는 한순간 망설였지만 그 메모지를 받아들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거기 적혀 있어요.”
메모에는 ‘고스기’라는 성씨가 적혀 있었다.
“대장님 이름은?” 고스기가 물었다.
“네즈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