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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38477871
· 쪽수 : 548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왼손의 너와
제2장 푸른 유혹
제3장 침식의 형제
제4장 최후의 거짓말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여기서 드잡이를 해봤자 ‘혼자 떠드는 수상한 남자가 있다’라고 신고당할 뿐이야. 그렇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어? 애써 도망쳤는데.
“……그러니까 브레이크를 풀라고. 그러면 큰 소리를 낼 이유도 없잖아.”
─그럴 수는 없어. 너와 달리 나는 치료받는 게 싫지 않아. 이대로 달릴 바에는 보호 조치를 당해 다시 돌아가는 게 낫겠어.
가이토의 말투에서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다케시는 핸들을 쥔 오른손에 힘을 실었다.
“……알았어, 쉴게. ……쉬면 되잖아.”
1분쯤 침묵한 뒤 다케시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가이토에게, 여전히 브레이크를 잡고 있는 자기 왼손에.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
다케시가 무슨 SF영화 제목 같은 이름의 질환이라고 진단받은 것이 석 달 전이다.
음울한 분위기의 중년 주치의는 뇌질환이나 정신질환을 계기로 한쪽 팔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팔의 행동은 매우 다양해, 물건을 집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뺨을 때리기도 한단다. 그 모습이 마치 한쪽 팔에 ‘무언가’가 기생해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 혹은 ‘외계인 손 증후군’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그 자체도 극히 드문 질환인데 다케시의 증상에는 다른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 환자와는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왼손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가이토의 목소리가.
처음 왼손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가이토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다케시는 혼란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이해했다. 자기 왼손에 형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내 영혼이 네 왼손에 깃들었다고? 오컬트 같은 얘기네.
“오컬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아. 너는 가이토야. 그 증거로 너는 내가 모르는 것까지 알잖아. 내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그럴 리 없잖아.”
─꼭 그렇지도 않아. 인간의 뇌는 대량의 정보를 축적하고 그 일부만 꺼내 쓰지. 나는 너와 다른 부분의 뇌를 써서 생각할 거야. 그래서 네 안에 잠들어 있는, 네가 꺼낼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한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너는 과거의 기억도 가지고 있잖아. 내가 모르는 가이토의 기억도.”
─맞아. 하지만 그건, ‘가이토’라는 인격을 만들어내기 위해 네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가짜 기억일지도 몰라.
“그런 어려운 소리는 집어치워! 너는 가이토야! 분명 가이토라고!”
─……아, 알았어.
가이토는 조금 당혹스러우면서도 기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케시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 의사가 너를 없애게 놔둘 순 없어.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