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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86187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5-03-28
책 소개
목차
제1장 단노 미치오
제2장 단노 쿄코
제3장 단노 가온
리뷰
책속에서
검은 옷의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아이들의 부활을 기도하는 주문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은 구절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교문 앞에 쓰러진 피투성이 몸은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고, 생각하면 먼, 고향 하늘.
그 순간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돌진한 트럭이 남자를 들이받았다. 허무할 만큼 가벼운, 도자기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노래가 멎었다.
“아빠.”
미치오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가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엄마를 제대로 봐줘.”
의미심장한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미치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를 보았다. 위쪽이 공백이 된 침대 옆의 벽에 업라이트 피아노가 놓여 있다. 가나타와 교코는 종종 이 피아노를 함께 치며 노래하곤 했다. 겹쳐진 종소리 같은 목소리가 두 사람이 틀림없는 모자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단노 조류원에 울려 퍼졌다.
그때 남겨진 가온이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기억을 되짚어 보려고 했지만, 졸음이 그것을 막았다.
미치오는 눈을 감고 아름다운 하모니에 귀를 기울였다.
설령 이 세계가 믿기에 부족한 것으로 가득하더라도, 그 아름다움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느샌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미치오는 서둘러 왼손을 주머니에 넣었으나, 손수건을 놓고 온 것을 깨닫고 정장 어깻죽지로 눈가를 닦았다. 그래도 막을 수가 없을 만큼 눈물이 흘러 미치오의 볼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