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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1782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5-05-12
책 소개
목차
봄밤의 번개와 질소
여름철 기압 배치
펫로스, 겨울 편지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세탁기 속의 그녀─『인어공주』 외전(外傳)
숲그늘의 개와 비
스필버그와 나
해설 | 너는 날씨를 바꾼다
양윤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른 많은 사람처럼, 나 역시 딱히 입춘이니 경칩이니 하는 절기를 대수롭게 여긴 적은 없다. 경칩 때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내린다는 속설도 알지 못했다. 물론 경칩이라고 해서 매년 빠짐없이 비가 내린 것도 아닐 터였다. 그러나 어쨌든 사 년 전 그날의 일이 현재의 내 삶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온전히 인지하지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것들이 지금의 나를 여기에 이러한 상태로 존재하게끔 하고 있다. _「봄밤의 번개와 질소」
고소한 확신과 비릿한 망설임, 뜨겁고 끈적하게 물크러지는 먹이, 맵고 짜고 달고 시고 쓴 삶의 맛을 아직 모르면서 알게 되는 순간, 죽음이 다른 식으로 변환된다. 속절없이 다급하면서도 안일한 낙관이 자리를 잡는다. 하품이 나고 눈물이 맺힌다. 한솔은 할머니의 등에 매달려 늙은 어깨와 함께 흔들리며 퇴행의 안온감에 휩싸인다. 에그그그그, 할머니는 신음소리를 내며 손자의 포대기를 바싹 추어올린다.
“밖에 비 온다.”
생의 첫 기억, 머지않아 식구들이 돌아와 할머니 김난옥이 마련한 삶과 죽음을 먹을 것이다. _「여름철 기압 배치」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에 대한 내 고마움을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너에 대한 내 사랑을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묘조야, 언니는, 묘조야, 언니가. 나는 네게 꼭 들려줄 얘기가 있다.
길고 요란한 청춘이 끝나고, 혼자 끝없이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던 시절에 너를 만났다. 내가 지리멸렬한 삶의 대가를 치르는 동안 너는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네가 없었다면 나는, 소금 기둥으로 부서져 땅 밑을 흐르는 검은 강 속으로 녹아 사라졌을 것이다. _「펫로스, 겨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