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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2154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5-09-30
책 소개
목차
설탕 공장이 있던 자리
조각들
파트타임 여행자
춤을 춰도 될까요
프레살레
빅터 아일랜드
화분의 시간
해설 | 아름답고 강한 혼자들
김보경(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 머리 위로 지나가는 다리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브루클린아. 맨해튼아. 윌리엄스버그야. 그렇게 소리 내서 부르는 것만으로도 잠시 정다운 마음이 된다. 모두 맨해튼으로 연결된 다리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다리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길다. 다리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전체 구조가 강변에서는 잘 보인다. 이 일대는 한때 세상에서 제일 큰 설탕 공장이 있던 자리라고 김교수는 말했다. 지난 오십 년 동안 그 설탕을 먹었다고도 했다. 이제 이곳은 노동자가 넘보기 힘든 고층 아파트, 호텔의 외관을 갖춘 오피스 빌딩, 설탕 공장에서 뜯어낸 의자와 소품을 활용한 놀이터, 그리고 바닥에 설치된 조명이 온화한 빛을 밝히는 강변 산책로가 들어섰다.
_「설탕 공장이 있던 자리」
“그건 자유에 관한 거야. 내게 어마어마한 자유로움을 준다고.”
왜 몸을 학대하느냐고 물었을 때 지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느냐는 말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너의 문신이 늘어날 때마다 내가 벌받는 기분이 든다는 말은 끝내 참지 못했다.
“자유가 아니라 너는, 사람들의 눈에 구속되는 거야. 네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보일지 생각해봤어?”
“상관없어. 어차피 사람들은 약자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 그걸 공격이라고 여기니까.”
“네가 이상한 애로 보일까봐 너무 걱정돼.”
“아빠가 그러니까 내가 남의 눈치나 보는 사람으로 자랐어. 그게 너무 싫다고.”
_「조각들」
민은 항아리를 거꾸로 쏟아냈다. 둘은 놀이를 하는 아이들처럼 흥에 겨워 지폐를 세기 시작했다. 무려 삼백십 장이었다. 떠나고 싶을 때마다 오십 달러, 백 달러짜리 지폐를 하나씩 던져둔 게 그리 많을 줄은 민조차 몰랐다. 그러니까 삼백십 번이나 집을 떠나고 싶었다는 거잖아, 제이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크는 무릎 통증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민을 위해 차의 내부를 숙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개조했다. 두꺼운 합판으로 평평하게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차의 굴곡까지 본떠 12센티미터 메모리폼을 깔아 침대를 완성했다. 민은 자신이 떠나면 혼자 사막의 도시에 남겨질 제이크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이제야말로 열망에 화답해야 할 시간이라며 민을 떠밀었다.
_「파트타임 여행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