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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학로

조선의 대학로

(성균관 유생과 반촌 사람들)

안대회 (지은이)
문학동네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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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학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조선의 대학로 (성균관 유생과 반촌 사람들)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91141615093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6-02-13

책 소개

성균관 주변 반촌은 조선 유일의 고시촌이자 대학가였다. 유생과 반인이 얽힌 생활사와 교육 제도의 변화를 20개 주제로 정리하고, 현재의 대학로와 겹쳐 읽으며 조선의 대학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꿈과 욕망이 뒤엉킨
조선 유일무이의 고시촌을 누비다

20개의 주제로 만나는 옛 대학가의 내밀한 풍경


매년 가을이면 단풍 명소로, <성균관 스캔들>을 비롯한 드라마 속 배경으로 성균관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성균관에 얽힌 옛 이야기와 이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제대로 파악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양한 한문 고전으로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중의 삶을 소개해온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는 성균관을 둘러싼 마을, 즉 ‘반촌’의 역사와 문화에 주목한다. 수년간 출퇴근길로 이곳을 오간 안대회 교수는 자신에게 일상의 중심지인 이 지역에 대한 사료를 꾸준히 수집해 과거의 반촌과 현재의 혜화동, 명륜동를 겹쳐 읽고 옛 조선의 대학로로 독자를 안내한다.
오늘날에는 공연문화의 메카로 여기는 대학로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이곳에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이 자리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3년에 한 번 열리는 과거시험 급제라는 꿈을 좇았던 성균관 유생들. 성균관 소속 공노비지만 다양한 상업 활동에 종사하며 유생들을 뒷바라지한 반인들. 이들이 어우러져 살아간 반촌은 그들만의 질서가 지배하는 또다른 세계이자, 외부에서 범죄자가 들어가도 형리와 포졸이 마음대로 쫓아올 수 없던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조선의 대학로』는 유생들의 하숙집과 반인들의 정육점이 공존한 조선 유일의 고시촌인 반촌의 생활상을 20개의 주제로 정리해 40여 점의 도판과 함께 제시한다. 제사와 상업, 유생과 노비가 뒤엉킨 반촌이라는 일종의 ‘게토’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서이자 안내서로 다양한 문헌과 시각 자료를 곁들여 이 지역 곳곳을 누비다보면 성균관 주변 풍경이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지대가 높으며 키 큰 소나무가 빽빽한 숲 언덕인 벽송정에서 정조는 성균관과 그 주변 마을인 반촌 일대를 둘러보면서 풍경이 아름답고 기운이 상서로워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자리로는 최적이라고 감탄하였다. (…) 한양이 조선에서 모범이 되는 장소라면, 성균관은 그런 한양에서 모범이 되는 장소였다. 그래서 옛말로 서울과 반촌을 ‘수선(首善)’의 땅이라 하였다. 반촌은 풍경이 아름답고, 문명의 기운이 감도는 길지로서 인재를 육성하는 성균관이 자리를 잡은 곳이었다. 이곳은 조선시대 유일의 대학가였다. _11~13쪽

출세를 위한 조선의 게토, 반촌

명륜동, 혜화동, 대학로 일대의 대학가를 20세기 이전에는 반촌(泮村)이라 불렀다. 여기서 반(泮)이라는 글자는 성균관을 지칭하므로 반촌은 ‘성균관이 있는 동네’ 또는 ‘성균관 마을’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의 성균관과 그 주변 마을을 숭교방(교육을 숭상하는 구역)이라 하여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구역으로 설정했고 여러 가지 혜택도 주어 특별히 관리했다. 성균관 유생이라고 하면 TV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젊은 미소년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상은 달랐다. 문과의 예비시험인 소과(생원시, 진사시)에 합격한 이들은 상재생으로, 고관의 자제를 비롯한 일반 유생은 하재생으로 성균관에 입학했는데 18세기 성균관 상재생의 평균 나이가 45세일 정도로 입학부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가도 과거시험을 통해 3년에 한 차례씩 33명만 뽑았기에 100~200명 안팎의 유생들은 시험에 살고 시험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유생이 수험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 마을이 바로 반촌이었다. 출세를 꿈꾼 유생들과 그 유생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반인들의 욕망이 들끓은, 조선 유일의 대학로였던 것이다.
과거시험 합격 여부와 별개로 나이가 적지 않고 학문과 문예 능력이 우수한 유생들을 조정에서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유생들은 국정의 주요 현안에 대해 상소를 올려 정국의 향방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집단 휴학인 권당(捲堂), 집단 자퇴인 공관(公館) 등의 수단으로 유생들은 성균관에서 당론의 대리전을 치르기도 했다. 전국 유림들이 공론을 형성하는 메카이기도 했으나 반촌은 지방 유생과 관료들의 한양 내 베이스캠프이자 당대 지성인들이 교류한 지식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영원하지 않았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대학이자 공자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문묘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았던 성균관은 점차 최상위 고등직업학교로 변질되어갔다. 개항 이후에는 서양식 교육제도가 도입되며 힘을 잃었으나 반인들이 학교를 세워 교육 특구로서의 전통을 이어가려 애쓰기도 했다. 이처럼 반촌을 통해 조선시대 교육 시스템의 변화상도 하나하나 짚는다. 과거의 대학가 및 대학 문화를 통해 반촌이라는 특수한 지역의 흥망성쇠를 손에 잡힐 듯 생생히 제시한다.

반인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성균관을 운영하기 위하여 국가 차원에서 현방의 독점 운영권을 반인에게 넘겼다. 현방(懸房)은 한글로는 ‘다림방’이라 쓰는데 소고기를 걸어놓고 판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방에서 거두는 이익은 곧 성균관 재정의 확충으로 이어졌다. 그 때문에 성균관은 현방과 그 운영자인 반인을 적극적으로 대변하였고, 현방 경영자도 성균관으로부터 비호를 받았다. 성균관 대사성과 직원 및 반인과 유생은 이익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반인의 경제력과 노동력은 열악한 성균관 재정의 버팀목이었다. 소고기의 도축과 판매는 도성 안에서 막대한 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이었다. 조선은 술의 제조와 판매, 소나무의 벌채와 함께 소의 도축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른바 주금(酒禁). 송금(松禁), 우금(牛禁)의 삼금(三禁) 정책을 초지일관 시행하였다. 이 세 가지가 농업 진흥과 밀접하게 관련되었기에 금지했으나 이 삼금 정책은 역효과를 낳기 쉬웠다. 금지할 수 없는 상품을 금지하고서 특정 집단에 독점권을 주면 이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기화(奇貨)가 되었다. _134쪽

돈과 교양을 갖춘 욕망하는 노비의 탄생

유생들이 수험생활에 매진하는 동안 성균관 지킴이 역할은 반인이 도맡았다. 반인은 성균관 노비로 법적으로는 반촌을 벗어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성균관에 평생 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반인들은 유생들의 보조 역할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반인들은 성균관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실질적으로 도맡았던 성균관의 돈줄이자 유교적 의리와 문화, 예술을 추구할 줄 아는 교양인으로 성장해갔다. 『조선의 대학로』에서 안대회 교수는 면천(免賤)될 수 없는 노비이되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았던 반인의 입체적 면모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특히 흥미롭게 눈여겨본 부분은 유생과 반인의 관계였다. 양반과 노비라는 신분 차이 때문에 이들의 관계를 주종 관계로 이해하기 쉬우나 실상은 달랐다. 일종의 하숙집 주인이었던 반주인은 유생의 성균관 생활과 과거 응시를 돕고 보증하는 후견인이나 집사와 같은 존재로 둘 사이에는 상당히 끈끈한 인간관계가 맺어졌다. 이들의 관계는 심지어 자손까지도 대물림될 정도였기에 집안은 물론이고 지역색까지 더해져 점점 카르텔처럼 굳어졌다. 여기에 돈 문제도 더해졌다. 정육점 운영자, 과거시험 브로커, 고리대금업자 등 반촌 안에서 다양한 상업 활동을 전개한 반인들은 거침없이 자기 몫을 챙겼다. 벌어들인 수입을 성균관 운영비로 대기도 했지만 유생들이 과거 급제해 수령이 되면 당당히 보상을 요구할 정도로 수백 년 동안 이권 네트워크를 형성해갔다. 일반 서민보다 생활 수준도 괜찮았던 반인들은 높은 지식과 교양까지 쌓았다. 반촌 사람들이 지은 시를 모아 『반림영화』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역량을 갖췄고, 성균관 출판 사업에도 실무적으로 참여했다. 유교 질서가 지배하는 조선 사회였지만 반촌이라는 일종의 게토에서 굳어간 돈과 권력을 좇는 이들의 독특한 공존을 『조선의 대학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벼슬하는 사람은 대부분 유생과 과거시험 응시자 가운데 나왔고, 그중 더러는 고관에 이르렀다. 일반 지방관이 되면 반촌 시절의 수고에 대한 대가로 반주인에게 후한 보상을 하였다. 이때의 보상은 이전의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큰돈이었다. 공공연한 관례로 만들어진 희생과 보상이라는 흐름에는 당연히 폐해가 따랐다. 일단 그 보상이 대개 유생 자신의 재물에 더해 공적 재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금전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관계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았다. 유생 역시 반주인과 맺은 인연을 이용하여 성균관이나 반주인에게 많은 돈을 빌렸다. 성균관에서 금전을 빌리고 갚지 않는 유생도 적지 않았다. 그 재물의 관리자는 곧 전복이고, 그 역시 대개 반주인이었다. 유생이 빚을 갚지 않아도 반주인이 인정상 억지로 받아내지도 못했다. 이에 그들은 복잡한 채무 관계로 얽히기 쉬웠다. _116쪽

역사가 켜켜이 쌓인 대학로로 떠나는 여행

성균관을 상징하는 500년 된 은행나무는 여전히 가을이면 그 존재감을 뽐내지만 반촌의 모습은 20세기 이후 많이 바뀌었다. 『조선의 대학로』에서 안대회 교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도로 구조도, 행정 구역도 재편된 대학로의 모습을 하나씩 발굴해간다. 옛 문헌과 고지도를 통해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에 깔린 수백 년 전 이야기를 파헤친다. 성균관대학교 도서관 주변에는 벽송정이, 후문으로 내려가면 포동이, 대학교 정문 앞에는 문묘로 들어오는 향석교가, 맞은편에는 정신국을 기리는 정려문과 호성사가 자리했음을 보여주며 과거 이곳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안내한다.
사라진 옛 모습뿐 아니라 현재도 남아 있는 ‘증주벽립’ 바위, 명륜당, 대성전, 수복청, 대학당 등 반촌의 다양한 장소에 얽힌 이야기도 담아 현장으로 발길을 이끌어준다. 이 책은 단순한 지역 문화사의 정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성균관보다는 반촌에, 유생보다는 반인에 더 초점을 맞춰 우리 역사에서 소외된 ‘반촌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되살려낼 뿐 아니라 대학로의 모습을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재현해낸다.

성균관은 옛 위상을 잃었으나 반촌에는 다양한 교육기관이 많이 설립되어 조선시대 교육특구인 숭교방의 전통을 이어갔다. 흥덕사 옛터로 정학수의 서당과 북묘가 있던 자리 일대에는 보성학교와 불교중앙학림이 설립되었다가 나중에는 보성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로 발전하였다. 그 동쪽 언덕에는 경신학교가 있었다. 또 사현사 부지에는 경성고등상업학교가 세워졌다가 차례로 서울여자의과대학, 우석대학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병원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나중에는 아남아파트로 손바꿈하였다. 반촌 외곽에 위치한 명문가의 세거지였던 잣골 언덕에는 독일 신부가 땅을 매입하여 독일 성당과 신학교, 동성상업학교가 들어섰다. 반촌 남촌의 연건동과 동숭동, 이화동에 자리한 경성제대와 공업전습소를 비롯한 교육기관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반촌과 그 주변에는 대학과 교육기관이 면면히 생명을 이어갔다. 현재도 많은 교육 관련 기관이 이곳에 남아 있다. _204쪽

목차

작가의 말
서문

1부. 성균관과 반촌
1장. 성균관 마을의 탄생
2장. 한양의 특수구역 반촌
3장. 반촌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였을까?
4장. 형리의 출입을 금하노라

2부. 반촌 사람들
5장. 성균관에 예속된 운명
6장. 반인만의 특수한 세계
7장. 반촌을 세거지로 삼은 명문가
8장. 송동의 송시열과 포동의 윤휴, 두 거인의 비극
9장. 성균관과 반촌을 빛낸 대사성
10장. 반인, 성균관을 운영하다
11장. 반주인의 상업 활동과 유생과의 관계

3부. 반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12장. 성균관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13장. 지방 유생들의 베이스캠프
14장. 반촌곡회, 성균관 학우와 동창생의 모임

4부. 반인의 흥망성쇠
15장. 지식과 교양을 갖춘 반인
16장. 반촌 주민의 시선집 『반림영화』
17장. 문묘의 신주를 지킨 정신국
18장. 반촌 제일의 훈장 안광수와 정학수
19장. 근대 이후 성균관과 반촌의 변신
20장. 마지막 불꽃 홍태윤과 박승환

참고문헌

저자소개

안대회 (지은이)    정보 더보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학장, 대동문화연구원장, 한국한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제34회 두계학술상, 2016년 제16회 지훈상 국학 부문을 수상했다. 2023년 SKKU-Fellowship 교수로 선정되었고, 2024년 제38회 인촌상 인문·사회 부문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한국 시화사』 『조선의 명문장가들』 『담바고 문화사』 『궁극의 시학』 『천년 벗과의 대화』 『벽광나치오』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 『정조의 비밀편지』 『선비답게 산다는 것』 『18세기 한국한시사 연구』 등 다수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박지원 소설선』 『채근담』 『명심보감』 『만오만필』(공역) 『해동화식전』 『한국 산문선』(공역) 『완역 정본 택리지』(공역) 『소화시평: 조선이 사랑한 시 이야기』 『내 생애 첫 번째 시』 『북학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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