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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마르크스주의 > 마르크스주의 일반
· ISBN : 9791143008947
· 쪽수 : 171쪽
· 출판일 : 2025-08-08
책 소개
‘움직이는 모순’으로서 자본에 맞서는 비판이론
자본주의는 마치 트레드밀 위를 달리듯 제자리에 머무르기 위해 계속해서 더 빨리 달려야 한다. 동일한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성을 높여야만 하는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이 자본주의의 역사적 동역학을 규정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본질과 현상,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에 기초한 비판이론은 무력하다. 가치와 시간에 의한 추상적 지배, ‘움직이는 모순’으로서 자본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그 실마리는 모이셰 포스톤의 ‘비판이론을 비판하는 비판이론’에 있다. 포스톤은 노동을 비판의 입지점이 아니라 비판 대상으로 삼으며 자본의 논리 자체를 거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하는 역동적 모순을 분석할 새로운 이론적 지평을 연다.
이 책은 비판이론과 마르크스주의 연구에서 20세기 최고의 학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아직 한국에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포스톤의 사유를 해설한다. 포스톤의 주저 ≪시간과 노동 그리고 사회적 지배≫를 중심으로 비판적 사유가 위기에 처한 이 시대에 비판이론을 새롭게 읽는다. 포스톤의 비판이론이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양식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추상적 시간과 역사적 시간의 변증법’과 ‘변형과 재구성의 변증법’ 등 포스톤의 핵심 테제들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그리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우리에게 현재의 ‘있는 것’에서 미래의 ‘있어야 할 것’으로 이행하는 역사적 가능성을 보여 주는 포스톤을 따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적 동역학에서 벗어나 총체적 해방의 기획으로 나아가 보자.
모이셰 포스톤(Moishe Postone, 1942∼2018)
캐나다 출신의 유대계 역사학자이자 사회이론가. 현대 마르크스주의와 비판이론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학자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7년부터 시카고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하며 유럽 지성사와 비판적 사회이론을 가르쳤다. 마르크스의 가치론을 재해석해 자본주의의 역사적 특수성을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작 ≪시간과 노동 그리고 사회적 지배(Time, Labor, and Social Domination)≫(1993/2003)는 이러한 연구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현대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에 관한 혁신적 연구로 전후 독일의 기억과 정체성 논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르크스주의와 비판이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가치비판, 자본과 시간성, 노동의 위기와 생태계 파괴, 글로벌 자본주의와 금융화, 포스트노동사회와 포스트자본주의 등에 관한 후속 연구에도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 뇌종양으로 수년간 투병하다 2018년 3월 19일 시카고에서 75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목차
비판이론을 비판하는 비판이론
01 전통적 비판이론의 비판 양식
02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의 자본주의 이해
03 내재적·범주적·총체적 비판을 위하여
04 계급 지배에서 추상적인 사회적 지배로
05 물질적 부와 가치
06 추상적 시간과 역사적 시간의 변증법
07 변형과 재구성의 변증법
08 노동의 잉여성과 가치의 필수성
09 자본주의 너머를 향한 새로운 사회운동
10 포스톤 이후의 비판이론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늘날 비판적 사유의 한계와 비판이론이 처한 위기는 결국 전도의 논리로 비판의 과제를 수행하며 학문적 흥기를 구가했던 “비판이론의 시대는 갔으며 사물들에 대한 ‘탈신비화된 관점(unmystified view)’의 획득이 어떤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진술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비판이론 전통에는 “탈신비화의 논리, 전도의 논리로 후퇴”하고 있는, 그래서 오늘날 힘을 잃어버린 비판이론만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실 비판이론을 향해 제기되는 몇 가지 전형적인 비판들은 이미 오래전 비판이론 내부에서 제기되었고, 그래서 새로운 비판이론의 양식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일찍부터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포스톤의 작업이 바로 그러한 흐름을 대변한다.
_“비판이론을 비판하는 비판이론” 중에서
포스톤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은 착취와 부르주아적 분배 양식(시장과 사적 소유)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노동’을 비판의 입지점으로 삼은 채 전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은 자본주의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에 대한 비판에 기초한다. 왜 그러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사회적으로 매개적인 활동으로서 그 역사적으로 특수한 기능을 통해 자본주의에 노동 자체의 사회적 성격을 정초하며”,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그 자체의 사회적 지반(ground)”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포스톤은 마르크스의 비판이론을 재해석하면서 자본주의에서 노동이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역사적으로 특이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따라서 노동이 자본주의 비판의 중심 대상이며 그것의 폐지가 자본주의 극복의 결정적 관건임을 보여 주려 했다.
_“01 전통적 비판이론의 비판 양식” 중에서
문제는 아무리 기술 발전과 지식·정보 응용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하고, 이로써 생산 과정에서 직접적 인간노동을 퇴출한다고 하더라도 자본의 이윤이 생산적 노동으로부터의 잉여가치 전유에 원천을 둔다는 사실이 변함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러한 생산성 증대의 목적이 잉여가치를 더 많이 생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자본주의 내부에 존재하는 중심적이고 지배적인 모순, 마르크스가 ‘움직이는 모순’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면한다. 가치 증식을 위해 시도되는 생산성 증대의 결과로 정작 가치 증식의 전제이자 가치의 실체인 노동력을 생산 과정에서 퇴출하는 자본의 근본적 자기모순 말이다. 자본의 이런 모순적 운동으로 인해 노동은 점점 더 쓸모없어지면서도 여전히 자본에 필수적인 존재로 남아 있게 된다.
_“05 물질적 부와 가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