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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3677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5-05-26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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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가 모르는 세계, 그녀를 모르는 세계. 그곳에서 리우는 오늘 하루 서리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다.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술을 마시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 서리우가 서리우가 아닌 것처럼.
난생처음 가지는 그녀만의 시간은 그녀를 자유롭게 했고 또한 가장 씁쓸하게 했다. 서리우가 아니라면 오늘은 무엇이든 해도 되는 걸까. 리우는 짙어지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자신의 생각을 비웃듯이 웃었다.
무엇이라도? 그럴 용기나 있는 사람인가. 아니지. 양부가 원하는 사고라도 쳐 줘야 하나? 사고? 무슨 사고를 쳐 줘야 하지?
리우는 혼자서 생각의 꼬리를 물며 웃음을 흘렸다. 어지러운 머리는 이성적인 사고를 자꾸만 벗어나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리우는 다시 술을 마셨다. 울고 싶은 마음을 숨기듯 그녀는 웃었다. 어두운 공간 안을 비추는 여린 조명 속에서 그녀의 입술만이 유독 빛났다.
또다시 술잔을 들어 올려 입술에 대는 순간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리우는 미소를 띠었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유혹을 담고. 남자를 향한 미소가 짙어진 순간 남자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자의 입술은 붉었다. 이제껏 이토록 색기 어린 빛을 못 봤다. 여자는 고혹적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보이는 붉은 입술은 천박하지 않았고 유혹의 색을 입고 있었다. 여자는 존재만으로 남자를 들끓게 하고 있었다. 여자의 붉은 입술에 미소가 지어질수록 주변에 서성거리는 남자가 늘었다. 이재는 남자들의 존재를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건 본능이었다. 본능을 자극하는 여자를 빼앗길까 날을 세우는 사내의 본능.
여자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온몸의 감각이 바짝 날을 세우는 느낌이었다. 그건 새로운 감각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만나는 여자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원나잇의 만남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었다. 저렇게 남자를 물색하는 듯한 여자들을 그는 싫어했다.
하지만 일탈을 담은 여자의 시선은 왜 인지 자꾸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다가서려는 남자들이 보일수록 생소한 욕심이 그를 부추겼다. 오늘, 저 여자가 찾는 남자는 권이재, 그가 되어야 한다는. 저 여자를 다른 남자가 채가게 둘 수 없다는 욕심이.
그 순간 그의 열망에 답하듯 여자가 눈을 맞춰왔다. 여자와 눈이 마주친 상대가 자신이라는 사실이 더 없이 만족스럽게 이재의 자존심을 채웠다. 이재는 그에게 닿은 여자의 나른하게 풀어진 시선을 즐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낯선 경험이지만 이토록 감각을 자극하는 여자를 만났으니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여자를 향해 다가섰다. 그녀를 향해 다가서는 순간 여자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의 감각을 있는 대로 흔들어놓은 여자는 이내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리려 했다. 순간 다급함이 그를 사로잡았다. 이재는 재빠르게 그를 외면하려던 여자의 얼굴을 잡았다.
“곤란해.”
“……뭐가요?”
“오늘 당신 상대는 나야. 다른 남잔 안 돼.”
“……남자?”
여자의 말은 느렸다. 그는 또다시 조급해졌다. 그 순간 여자가 웃었다.
“아아, 남자. ……사고에 제격이네.”
웃음을 달고서 느릿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여자의 관심은 그에게 없었다. 그녀는 혼잣말을 흘리며 키득 웃음소리를 흘리다 돌연 그에게 시선을 맞춰 왔다.
“그래요, 당신. 나와 오늘 사고 쳐요.”
“사고?”
여자가 뱉어 낸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이재는 여자가 술에 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른하게 풀어진 눈매, 헤픈 웃음. 직설적인 유혹. 그 명확한 태도를 이제야 알아봤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지었다. 이재는 술 취한 여자는 상대하지 않는다. 차후 술을 빌미로 그를 귀찮게 만들 여지가 충분하니까. 이재는 이제껏 그가 정해 놓은 룰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는 그가 정해 놓은 룰에 두 가지나 부합하지 않는다. 분명 이 순간 손을 떼고 여자를 놔야 한다. 기껏 여자 하나로 인해 발생할 귀찮은 문제 따위 만들 만큼 그는 여자란 존재에 목마르지 않았다. 분명히 알고 있고 지금껏 그 생각에 흔들려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매력적이었다. 이 순간에도 충분히 그의 본능을 자극할 만큼. 여자의 얼굴을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여자의 풀어진 눈매가 그를 잡고 놓지 않았다. 이재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여자의 귓가에 깊은 숨을 뱉어 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여자가 웃었다. 붉은 입술이 완벽한 호를 그리며 그를 유혹했다. 그래, 한 번쯤 룰을 어기는 것도 재밌겠지. 이재는 여자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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