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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그대가

살며시 그대가

최명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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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그대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살며시 그대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591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6-05-18

책 소개

최명렬 장편소설. 친구, 원수, 자석, 실과 바늘, 녀석의 껌 딱지. 우리를 부르는 무수한 이름들을 뒤로하고 훌쩍 떠난 그 녀석이 10년 만에 나타나 말한다. "난 지금 최한주에게 키스할 거야." "…키스?" "키스. 친구와는 할 수 없는 거."

목차

프롤로그 7

1장. 10년 만에 13
2장. 재회, 그 아련한 추억 28
3장. 그리움과 마주하다 51
4장. 넌, 곤란한 사람 81
5장. 모호한 그 이름, 친구 104
6장. 첫사랑, 다시 첫사랑 129
7장. 너를 향한 블랙홀 159
8장. 숨바꼭질 189
9장. 온통 붉게 물든 227 10장. 키스와 고백 사이 258
11장. 지지 않는 태양 277
12장. 내 것, 너의 것 304
13장. 나쁜 짓 332
14장. 네가 최한주이기에 351
15장. 구원, 사랑, 그리고 한주 380
16장. 그 모든 이름으로 405

에필로그 1 425
에필로그 2 434
작가 후기 439

저자소개

최명렬 (지은이)    정보 더보기
봄바람처럼 따뜻한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거운 가을의 낙엽처럼 쓸쓸한 겨울바람처럼 시린 그런 사랑과 나란히 걷고 싶다. [출간작] 다향 꽃비 나를 환장하게 만드는 그녀 혜음 맞선 아이러니
펼치기

책속에서

남자의 책상 위는 말끔했다. 딱 줄지어진 서류들이 한쪽에 쌓여 있었지만 전혀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그 서류 더미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주는 남자가 말한 것처럼 사무실 중앙에 놓인 소파에 다가가 앉았다. 남자의 책상과 마주 보는 자리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의 깎아 놓은 듯한 콧날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였다.
콧대 하나는 제대로 섰네.
저도 모르게 남자의 얼굴에 대해 품평을 하고 있던 한주는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봐 흠칫, 어깨를 떨며 얼른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는 딴청을 피웠다. 난 그쪽 쳐다본 적 없소, 하고 능청을 부렸다.
뚜벅뚜벅, 책상 위에 줄지어진 서류들처럼 발걸음 소리도 깔끔하게 들려와 한주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발자국 소리에 깔끔하단 단어를 붙인 자신이 웃겼다. 한주는 맞은편 소파를 바라보며 들고 온 노트의 가장자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뚜벅뚜벅 들려오던 발자국 소리가 멈추고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한 자리에 날이 제대로 선 검은색 정장 바지가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한주의 눈이 저절로 그 긴 다리를 따라 위로, 위로 올라섰다. 너무 높아 눈을 따라 고개도 위를 향했다. 새하얀 와이셔츠를 본 순간 그녀가 묻혔던 뽀얀 분가루가 떠올라 한주의 눈이 살포시 찌푸려졌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이 남겨 둔 흔적을 찾아 남자의 가슴 언저리를 훑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찾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가 들어올 때 남자는 다른 셔츠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남자의 가슴 언저리를 훑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제가 남긴 흔적을 찾는 것이었으니까.
흐음……. 짧은 한숨을 들이쉬었다.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조금, 아주 조금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한주는 속으로 짧게 웃었다. 그냥 넘겨 버리기에 남자의 상체는 무척 탐나는 몸이었으니까.
그녀는 웃음이 새어 나올까 입술을 깨물며 잠시 멈췄던 시선을 올렸다.
매끈하게 면도된 턱 선이 뭐랄까, 섹시? 아니, 그보다 더 강한…… 그래, 저 남자의 턱 선은 유혹적이야.
아니, 턱 선이 유혹적? 으, 최한주!
한주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혔다. 오늘따라 별스러운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남자가 없었다면 제 볼을 잡고 흔들며 정신 차리라고 소리라도 질렀으리라.
한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헛생각들을 떨쳐 내고 싶은 것을 참으며 남자의 얼굴로 시선을 올렸다. 얼굴 한번 보는 데 참 오래도 걸렸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어떤 동요도 허용할 수 없어, 최한주!
각오에 각오를 하며 고개를 올렸던 한주는 겨우 3초 전에 했던 결심도 잊고 입술을 벌린 채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이었다.
10년 전에 그녀를 떠나갔던 소꿉친구이자 자석이자 실과 바늘이었고 그녀의 분신이라고 생각했던 그 녀석, 문태윤.
“오랜만이다,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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