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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5473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6-02-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 천적×앙숙=재난의 연속 21
2. 천적÷앙숙=친구라 하네 54
3. 천적-앙숙=친구 79
4. 친구+친구=불행을 불러오는 입맞춤 131
5. 친구-친구=개굴개굴 176
6. 친구-친구=남자+여자 218
7. 남자+여자=step by step 266
8. 남자+여자=대가를 지불하라 309
9. 남자+여자=정수+미영, 그리고 직진 371
에필로그 40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5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사연은 이러했다.
1년 가까운 연애에 결혼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결혼 후에는 아이를 갖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었다. 1년 가까운 연애기간에는 피임으로 임신을 막았지만 결혼 후에는 아이를 갖는 것이 목표였기에 피임은 서로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혼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방문해야 했었다.
물론 그때까지도 남편과 자신은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병원을 찾아간 건 아이를 기다리는 시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남편이 독자이다 보니 시부모님이 애타하셔서 확인해 드리고 싶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의뢰하고 진찰실에 들어서서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결과를 기다렸었다.
“괜찮을 거야. 우리 둘 다 건강하잖아.”
“응.”
꼭 잡은 남편의 손이 조금은 떨고 있었지만 미영은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로.
의사가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표정이 다소 어둡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영은 그럴 일이 없기에, 절대로 그럴 일이 없기에 남편의 손을 꼭 힘주어 잡았다.
“음.”
의사의 짧은 기침소리에 남편이 다시 손을 꼭 그러쥐었다. 의사가 검사지를 넘기며 알 듯 말 듯하게 작게 입가를 올렸다.
“별일 없는 거죠?”
남편이 초조함을 억누르며 의사에게 물었다. 목소리는 긴장으로 살짝 떨리는 듯 들려왔다. 그건 미영도 마찬가지였다.
“음.”
의사가 할 말을 신중하게 고르는 듯 입술을 다문 채 소리를 냈다.
“아내분은 건강하십니다.”
건강하다는 말에 미영은 남편을 보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남편분은 정자 수가 부족하고 정자의 운동성 떨어져서 임신이 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네?”
남편이 놀라 되물었다. 그러자 의사가 진실을 말하기로 한 듯 긴장된 표정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성불임의 원인을 살펴보면 정자 생성의 장애가 약 9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이며 생성된 정자의 이송에 문제가 있는 것이 6퍼센트, 발기부전이 2퍼센트, 성기능 및 정자 기능 장애가 1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맞잡고 있던 남편의 손에서 힘이 스르륵 풀리는 게 느껴져 미영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다시 손을 힘주어 잡아 주었다.
“사정된 양은 문제될 게 없었지만 운동성은 정자 50프로 이상, 정자의 전향적 운동성은 20프로 이상, 정자세포의 60프로 이상은 정상적인 형태를 보여야 합니다.”
의사가 다소 어려운 말을 꺼내야 하는 듯 잠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데 남편분은 정자 수가 적습니다. 평균에 비해 조금 더……. 희소정자증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남아 있는 녀석들마저 운동성이 떨어져서 임신이 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의사는 남편이 불임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남편은 충격에 휩싸여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러다 기어이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묻고 말았다.
“그, 그럼…… 제가 불임이라는 말인가요?”
의사는 불임이라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듯 남편을 향해 작게 입가를 올렸다.
“희소정자증이긴 하지만 정자의 운동성을 높여 준다면 임신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낙담하지 마시고 술, 담배 끊으시고 평소에 전자파가 나오는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가급적 멀리하시고 치료를 더불어 받으시면 자연임신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 말은 제가 불임이라는 말이잖습니까?”
남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기야.”
“일어나. 다른 병원 가서 다시 검사해 봐.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발기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성생활도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내가 불임일 리가 없잖아. 가자.”
남편은 검사 결과를 부정하며 병원을 박차고 나와서도 며칠을 믿을 수 없는 듯 씩씩거렸고, 분풀이라도 하는 듯 며칠 사이 미칠 듯이 섹스에 열중했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술, 담배를 끊고 의사의 말을 부정하고 조롱하려는 듯 임신에 집착했었다. 그런데도 임신이 되지 않자 남편은 먼저 실망해 버렸고, 자포자기로 돌아서 버렸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임신을 시킬 수 없다는 절망감과 미안함에 점점 미영과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찾아 들었다.
남편의 여자가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흠.”
미영은 상념에서 돌아와 다시 정신을 퍼뜩 차렸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안 그럼 시골에 처박힌다고, 서미영.”
도심을 벗어나 시골집에 거의 다다르고 있을 때에 미영의 마음은 다시 무거워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이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살면서 깨달은 그녀였다.
읍내에서 한참을 달려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 미영은 커다랗게 심호흡을 했다.
“하아.”
어느새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벚나무들이 도로변에 즐비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미영의 마음은 무거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랫동네와 윗동네로 나뉘는 삼거리 도로에서 그녀는 윗동네로 접어드는 길로 들어섰다.
“젠장!”
동네에서 하얀색 1톤 트럭이 내려오고 있었다. 미영은 좁은 도로에 힐끗 룸미러를 보았다. 후진으로 물러나기에는 이미 중간 지점에 서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미영은 중얼거리며 최대한 농수로 근처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점점 1톤 트럭도 다가왔다.
“으, 어떡해…….”
미영은 농수로 근처에 차를 멈추었지만 겁이 덜컥 났다. 작년 겨울에도 낮은 오르막길이 얼어 버려 오르지 못하고 결국 농수로에 처박힌 일이 있었다.
“젠장!”
1톤 트럭이 멈추고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정수 녀석이 입가를 올린 채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상황이 어이없게도 작년 겨울과 비슷해진 꼴이었다.
미영은 열린 운전석의 창문 너머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이.”
확인하려는 듯 더 가까이 다가온 정수가 운전석으로 얼굴을 디밀어 왔다.
“아니, 이게 누구야? 서미영 아니야?”
정수의 말투 속에 약간의 장난기와 어색함, 그리고 친절함을 가장한 능구렁이가 숨어 있었다. 그런데도 너무도 가까이 얼굴을 마주해 오는 녀석 때문에 미영은 마른침을 삼켜 넘겼다. 꿀꺽.
검게 그을린 얼굴이 하나도 안 변했다. 열여섯을 한동네에서 보내며 봐 왔던 선하고 잘생긴 얼굴. 오뚝한 콧날에, 새까만 숯 검댕 같은 짙은 눈썹, 그 아래로 선명한 쌍까풀과 입술.
“또 빠지게?”
약간의 조롱이 담긴 듯한 정수의 말에 미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뭐?”
하지만 말투와 달리 정수는 운전석 창문으로 얼굴을 디밀어 곧장 팔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운전을 그렇게 하니까 빠지지. 천천히 움직여 봐.”
미영은 정수가 감아 놓은 대로 차를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펑!
“……?”
“……!”
사고를 깨닫기엔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윽!”
본능적으로 뻗은 손이 녀석의 멱살을 잡은 듯 정수의 얼굴이 훅, 달려들듯 코앞에 있었다.
“어, 어……!”
놀란 정수와 미영의 신음과 눈동자도 잠시.
파지직! 우당탕! 탕탕!
“읍!”
미영은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눈이 절로 커졌다. 정수도 놀란 듯 커다랗게 뜬 눈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입술을 떼라고! 제발, 문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