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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55640227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4-07-20
책 소개
목차
띠동갑
히로
걸(GIRL)
아파트
워킹맘
리뷰
책속에서
컴퓨터 화면을 써서 메일이니 전표를 주고받는 방법을 지도했다. 몸 가까이 다가가자 헤어토닉 냄새가 났다. 너무 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향기였다. 은근한 체취도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저씨들과는 아예 종류 자체가 다른 푸르른 나무와도 같은 체취였다. 자꾸만 옆얼굴로 시선이 갔다. 코가 오똑하고, 볼은 매끄럽고 탱탱하다. 여드름 자국도 없어 곱게 자란 소년 같은 느낌을 남기고 있다. 이런 게 젊음이구나.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려고 했다.
― 「띠동갑」 중에서
이제 걸이 아니야, 라고. 유키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다. 서른둘씩이나 되었으면 이제는 젊음을 내세울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는 그렇다. 유키코 자신도 요즘 들어 특권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남들보다 좀 더 괜찮게 생긴 덕분에 학생 때부터 계속 ‘짭짤한’ 일을 많이 경험했다. 행사 모델 아르바이트는 거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었고, 화장품 샘플들은 어디라고 할 것 없이 항상 공짜로 들어왔다. 나이트는 그냥 들어갈 수 있었고 미팅신청도 끊임없이 들어왔다. 취직을 한 다음에도 득을 보는 일이 많았다. 고객들이 금세 얼굴을 기억해주었고,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상사에
게 야단을 맞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일은 봐주었다. 그것 이상으로 아저씨들은 항상 자기에게 잘해주었다. 세
상 모든 이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축복받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특권이 지금 손가락 사이로 점점 빠
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 「걸」 중에서
계산기에 나온 숫자를 보고 유카리는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살 수 있잖아. 아오야마의 2LDK, 파노라마 야경, 이상적인 도시생활, 일요일에는 진구가이엔(神宮外苑)을 산책하고……. 하지만 희생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브랜드 옷들, 매년 가는 유럽 여행, 잘나가는 레스토랑 돌기……. 으음. 한밤중에 혼자서 신음을 내며 방 안을 왔다갔다 돌아다녔다. 어떡하지? 그 아파트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히 사랑에 빠졌으니까. 갖고 싶다. 사고 싶다. 하지만 생활에 여유가 없어진다. 데이트 신청을 받아도 입고 갈 옷은 메이커 없는 싸구려 옷뿐이다. 으음. 몇 번이고 신음했다. 어째서 인생은 이렇게 힘든 것일까? 여태껏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좋아하는 아파트에 사는 정도의 포상은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 「아파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