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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42307812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5-02-19
책 소개
목차
1~5
감사의 말
주요 참고 문헌
리뷰
책속에서
규모가 큰 호텔에는 전속 필경사가 상주하여 수려한 붓글씨로 초대장 봉투에 주소를 적어주곤 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다양한 폰트로 얼마든지 쉽게 프린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행사의 초대장은 붓글씨로 직접 써야 무게가 있다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효율성이나 비용 측면을 고려하면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으나 어떤 느낌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실 손글씨로 적혀 있으면 보낸 사람의 진심이 담긴 느낌이 들기는 한다. (…중략…) 등록을 희망하는 서예가들이 주소 등을 붓으로 적은 샘플을 호텔로 보내온다. 호텔 측은 그런 샘플들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고객에게 그 파일을 보여드리고 그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고르면 호텔 측에서는 지명된 필경사에게 연락해서 초대장 명단과 봉투를 보낸다. 그러면 필경사는 봉투에 초청자의 이름과 주소를 붓글씨로 써서 정해진 날짜까지 호텔로 보내주는 식이다.
“도다 가오루 씨?”
학생들 책상 사이를 누비며 장식벽 쪽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등에 대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응?”
하고 약간 뒤를 돌던 남자의 눈에 학생이 붓을 놀리는 종이가 슬쩍 보였는지
“아~니, 누가 종이에다 장난치라고 그랬어?”
하며 3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들켰다!”
하며 남자아이가 웃었다.
“작은 쌤이 너무 빨리 왔잖아요.”
‘작은 쌤’은 ‘작은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이 남자가 도다 가오루였구나. 얼굴은 여자들이 졸졸 따라다닐 정도로 꽃미남에다가 붓글씨까지 잘 쓴다는 말인가? 더구나 학생들도 좋아하고 따르는 모양이다. 외모와 재능을 이렇게 한 사람에게 몰아주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으냐고 속으로 하늘을 원망하며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