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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문인에세이
· ISBN : 9791155800003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_ 불교신문사 주간 일감
한승원 _ 너도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살아버려라 _11
김연수 _ 불교란, 마음을 담아서 보는 것이다 _21
성석제 _ 절, 내 청춘의 샘터 _31
김선우 _ 나는 문학으로 출가했다 _41
도종환 _ 승복 색깔의 바다를 찾아 떠나고 싶었다 _51
김용택 _ 지장암 스님은 알 것이다 _61
고형렬 _ 세월이 갈수록 산은 높아간다 _71
문태준 _ 어머니가 염주를 돌리실 때 _81
이문재 _ 나는 살아서 죽어 있었고 죽은 채 살아 있었다 _91
맹난자 _ 내가 아픈 게 아니라 몸이 아프다 _101
남지심 _ 금생에서의 인연만은 아니리 _111
이홍섭 _ 건달의 길, 건달의 노래 _119
천양희 _ 부처님 법향이 그립다 _129
정찬주 _ 세상에 살되 물들지 말라 _139
송수권 _ 길과의 만남 _149
최동호 _ 팔달산 대승원의 계수나무 _159
김정빈 _ 부처님, 또는 히말라야 설산 _171
이근배 _ 할머니의 불공 _181
오세영 _ 나도 모르는 어떤 유전자 _191
특별 인터뷰 _ 신달자 _200
저자 약력 _210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앳된 스님은 어느 절에 있을까. 그 스님은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스님의 혼령이 억새꽃으로 변하여 지금 나에게 서걱서걱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다. 푸른 하늘에 떠가는 구름 한 점을 쳐다보면서 그 말을 해독했다. (18쪽)
그냥 보는 게 look이라면, 마음을 담아서 보는 건 observe다. 그냥 듣는 게 hear라면 마음을 담아서 듣는 건 listen이다. 마음을 담아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관심關心을 가지고 뭔가를 한다는 뜻이리라. (26쪽)
객방을 안내해 주고 단출한 요와 이불을 가져다준 어린 비구니가 장지문을 닫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내게 물었다. 출가하시려구요? 나는 출가하고 싶었고 동시에 세상에서 더 견디고 싶었다. (48쪽)
이 깜깜한 길, 절망의 길, 허무의 길에서 희망을 만나고, 빛을 만나고, 해인과 화엄의 하나 되는 길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휘청거리며 간다. 아직도 내 가슴속의 새는 죽지 않았다. 살아서 우는 그 새소리를 들으며 새와 함께 먼 길을 간다. (59쪽)
어머니는 내게 불자로서의 수행을 몸소 몸으로 보여 주시는분이다. 어머니는 적어도 나보다 우주적인 존재이며 다른 존재에 대해 늘 조력자를 자처한다. 나는 어머니를 뵐 때면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마애불이 계시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염주를 돌리실 때에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사라진 세상의 평화가 어머니에게 깃든다. (88쪽)
보살의 여정旅程, 이 장엄한 드라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견성한 보살이 성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설명을 통해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알고 있지 못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르는 길을 설명을 통해서 듣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살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는 부산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116쪽)
불교는 종교이며 철학이기 이전에 내가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게 해 준 끈질긴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
다. 그뿐만이 아니다. 『반야심경』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고 『금강경』은 시끄러운 곳에서도 마음을 다잡게 해 주었다. (135쪽)
나만의 작은 깨달음은 어느 날 홀연히 이루어졌다. 마른 수건을 들고 법당 불단에 올라 부처님 손바닥에 난 손금도 보고 발가락도 보면서 몸을 닦아 드리는데 이상한 기운이 다가왔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척이었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니 부처님이 미소 짓고 있었다. (143쪽)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서 인연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수레바퀴는 저절로 굴러
가지 않는다. 인연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산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깊이 본다는 뜻이리라. (169쪽)
이 알 듯 모를 듯한 칭찬이 형제 없이 그것도 유복자로 태어난 내 운명을 그렇게 비유적으로 표현하신 말씀이라는 것은 나
는 성년이 된 후에야 비로소 깨우쳤지만 그때 그 비구니 스님이 할머니께 답하신 말씀을 나는 이 때의 일을 회상할 때마다 어렴풋이 떠올리곤 한다. (198쪽)
신 교수는 초파일날 절에서 스님과 어른들 틈에 끼어 바가지에 비빔밥을 비벼 먹었던 추억이 또렷하다고 했다.
“어린 아이가 비빔밥 한 숟가락씩 어른들 입에 넣어주면서 오늘 부처님이랑 나랑 똑같이 생일이라고 하면 주변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죠. 아마 제 ‘마음속 절’도 그 시절부터 자리잡지 않았을까요?” (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