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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 문학
· ISBN : 9791155802724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6-04-01
책 소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스님은 수행자로 살아가며 참선에 몰두하다 보면 선정에 들기 위해, 화두를 타파하기 위해 몰두하다 어금니를 앙다물 때가 있다고 한다. 잘하려고 하는 의지가 내려놓으려고 하는 의지를 압도해 몸과 마음 어딘가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스님은 선시를 읽었다. 선시는 조급한 마음에 여유를, 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느긋함을, 한시도 쉬지 않는 생각에 휴식을 주었다. 거기에 어떤 풍류도 흉내 낼 수 없는 낭만까지.
나는 선시들을 통해 시절인연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너무 잘하려고 집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배우고,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반성하고 내려놓는 자세를 배우며, 달과 산과 바다와 강과 계곡과 나무와 풀과 꽃과 귀뚜라미와 새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고, 그리운 고향과 사람을 그리워하는 법을 배우련다.
_ ‘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 책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에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 스님이 뽑은 선시 69편이 실려 있다. 1부는 시절인연을 기다려야 함을 노래하는 선시, 2부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선시, 3부는 자신을 돌아볼 것을 강조하는 선시, 4부는 달과 산과 나무와 풀과 꽃 등 자연을 벗으로 삼는 선시, 5부는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선시를 모아 총 5부에 주제별로 실었다.
선시는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모습을 시(詩)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한 것이다. 실체가 없는 그 무엇을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한 선사(禪師)들이 글이라는 언어를 빌려 표현했다. 선사들은 홀로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다. 산이 도반이었고 숲이 도반이었고 나무, 풀, 꽃, 산에 사는 산짐승도 도반이었으며, 어두운 밤을 살며시 밝혀주는 달빛 또한 도반이었다. 이에 비해 현대인은 이런 낭만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간다. 끊임없는 일 속에서 스마트폰을 즐길 거리로 삼고 살아간다. 심심해지고 싶어도 심심할 틈이 없다. 이 책에 실린 선시를 읽으며 잠시나마 시에 담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시와 미와 사랑과 낭만이 곧 우리 삶이 될 것이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현자가 되는 길
이 책은 선사들이 한자로 쓴 선시를 읽기 쉽게 한글로 풀어 소개하고 있다. 각 선시마다 시에 얽힌 이야기, 해설과 더불어 동명 스님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선시는 오래전에 쓰인 글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잊고 있던 정서와 그리움, 낭만을 느끼게 한다. 이 책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는 고려와 조선을 대표하는 선승들의 시를 선별하고,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설한 선시집이다. 나옹혜근, 진각혜심, 복암충지, 청허휴정, 괄허취여, 추파홍유, 설잠 김시습, 몽암기영 등 한국 선불교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시를 한데 모아 오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로 재구성했다.
각 시에 덧붙인 해설은 자연과 일상의 장면에서 출발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훌륭한 선사들의 글을 통해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눈 내린 풍경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폭우 속에서도 반딧불이를 바라보는 여유를 말하며, 달을 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타인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처럼 자연의 한 장면은 곧 삶의 은유가 되고, 독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동명 스님은 ‘들어가는 글’에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시의 원동력이라고 말한 ‘그리움’에 대해 말한다. 그리움이 없다면 사람은 이미 죽은 목숨이고, 그리움의 정서가 없다면 시도 문학도 없다고. 그렇기에 시를 알고 문학을 알고 예술을 알고 인생을 알았던 선사들의 시를 읽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와 비슷한 제목의 시집 나태주 시인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가 있다. 동명 스님은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시를 잘 쓰려는 욕심을 버린 현자(賢者)의 모습을 보고 선배 시인으로서 현자가 되신 나태주 시인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책 제목을 지었다. 이 책에는 현자인 선승의 시, 현자가 되기 위해 기도와 독서와 강연 등으로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는 동명 스님의 지혜와 마음을 꾹꾹 담아낸 글이 가득 실려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잘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즐기자
제1부 겨울이 가야 봄이 온다
밤에 모르고 있다가 새벽에야 큰 눈을 보고 쓰다 - 복암충지
눈 내린 뒤 - 월하계오
남도 없이 - 나옹혜근
입춘 - 청허휴정
입춘에 읊다 - 의룡체훈
입춘 - 백암성총
동화사에서 묵은해 보내고 새해 맞으며 - 나옹혜근
새해 - 무경자수
정월 대보름 밤에 달을 보며 - 함홍치능
죽서루 - 괄허취여
봄날 산에서 노닐다 - 진각혜심
삼월 - 연담유일
봄날 벗에게 보내다 - 백곡처능
제2부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
선을 공부하는 담 스님에게 - 괄허취여
유능한 것을 경계하다 - 진각혜심
오른손이 없는 나그네에게 - 연담유일
안심 비구가 게송을 구하기에 - 괄허취여
염불 - 괄허취여
약재 이름으로 눈병 앓는 급 스님에게 부치다 - 경암응윤
비 온 뒤에 우연히 읊다 - 대원무외
상원사 - 설잠 김시습
배고프면 먹고 곤하면 자며 - 백운경한
자신의 일을 즐겨라 - 해담치익
한 스님에게 대답하다 - 복암충지
불두화를 노래하다 - 용담조관
숨어 살면서 - 백암성총
민 스님에게 주다 - 청허휴정
제3부 자신을 돌아보는 데 선수가 되자
보경사 - 월하계오
밤을 주우며 - 허백명조
폭우 내리는 가을밤 - 연담유일
입을 경계하라 - 해담치익
마음을 관하다 - 괄허취여
한가한 도인을 찬탄하다 - 득통기화
뜰에 핀 꽃이 사람을 보고 웃기에 - 무용수연
들소를 길들이는 노래 - 복암충지
눈 - 영허해일
삼가 석산 한상사의 운을 따라 - 월하계오
한가함을 스스로 기뻐하며 - 복암충지
스스로 성취하기를 꿈꾸어라 - 해담치익
정인 스님을 떠나보내며 - 허백명조
허생에게-입조심 - 송운유정
호 장로가 한마디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 - 기암법견
두 절의 스님이 소송을 화해한 것을 축하하며 - 경암응윤
제4부 달과 산과 나무를 벗 삼아
바람과 달 - 괄허취여
사우정 - 괄허취여
수양버들 - 극암사성
홍류동에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읊다 - 몽암기영
황산 산거 - 몽암기영
마음가짐 - 무경자수
가을날에 인 스님에게 보내다 - 백곡처능
가을밤 홀로 앉아서 - 백암성총
한가한 중에 우연히 쓰다 - 복암충지
귀뚜라미 - 월하계오
우연히 쓰다 - 월하계오
죽원 - 청허휴정
소나무 있는 집 - 득통기화
초승달 - 극암사성
제5부 그리움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영묘한 약
고향을 그리다 - 청매인오
그리운 고향 - 추파홍유
화장암에 묵으며 풍계화상을 만나 - 추파홍유
어느새 - 설잠 김시습
은신암에서 눈을 읊다 - 경암응윤
동짓날 밤 - 무경자수
산속의 맛 - 득통기화
마을을 떠나 산으로 돌아오며 - 백운경한
연화 도인에게 주다 - 청허휴정
광명사를 유람하며 - 설잠 김시습
정인 스님을 떠나보내며 - 허백명조
죽마고우 이인언에게 주다 - 청허휴정
저자소개
책속에서
남도 없이 [也無生]
- 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
가여워라 아득하고 끝없는 정(情)이여
대지에 봄이 와서 만물을 소생시키지만
항아리에 가득해도 봄은 본래 무생(無生)이라네
可憐悠悠無限情
大地春分生萬物
一壺春意本無生
- 《보제존자삼종가(普濟尊者三種歌)》
대지에 봄이 와서 만물을 소생시키지만, 흙을 담은 항아리에 풀싹이 가득 돋아났다 해도, 그것은 인연으로 말미암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본질은 무생(無生) 그대로이다. 나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고, 늘지도 줄지도 않는 본질인 무생(無生) 그대로이다.
정월 대보름 밤에 달을 보며 [上元夜觀月]
- 함홍치능(涵弘致能, 1805~1878)
오늘 밤 달님이 가장 둥글고 밝으니
만 리의 얼음 바퀴 온 세상이 청정하네
목 빼고 기다렸다 맞이해 두 손 모아 절 올리고
깊이깊이 마음으로 축원하네 소리 없이 은밀하게
今宵桂魄最圓明
萬里冰輪世界淸
翹首迎來叉拜立
深深心祝密無聲
- 《함홍당집(涵弘堂集)》
선사는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선사는 보름달을 기다리는 것일까? 선사가 묘사하고 서술하는 달님의 특징은 원만함(둥), 환함(밝음), 청정함(맑음) 등이다. 달님이 동산으로부터 솟아오르자 선사는 두 손 모아 절을 올린다. 그리고 깊이깊이 마음으로 축원한다.
“부디 이들이 평안하기를, 부디 이들이 원만하기를, 부디 이들이 청정하기를, 부디 이들이 밝아지기를…….
적어도 우리 승가에서만이라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덕’, ‘큰 덕’임이 증명되었으면 한다. ‘큰 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큰 덕’을 《금강경》의 가르침에서 찾는다. 열심히 보살행을 하면서도 보살행을 했다는 마음이 없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아주 자연스럽게 갖춘 이가 있다면, 그는 ‘큰 덕’을 갖춘 이라 할 것이다.
언젠가 한 일간지에 스펙보다는 경력을, 경력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여도 좋겠다.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덕’이다.
“스펙보다는 경력을, 경력보다는 경험을, 경험보다는 ‘덕’을, 나아가 ‘큰 덕’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