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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인
· ISBN : 9791156025146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7-10-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8
제 1 부
들어오지 마! 내가 나갈게 - 014
내가 들어가겠다 - 040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잘 될 거예요 - 059
제가 해야 할 다른 일이 있나 봅니다 - 064
수술, 또 수술. 다시 해야 한다면 해야지 - 081
앞으로는 누가 오더라도 웃지 마! - 105
나는 이미 환자가 아니었다 - 114
나한테 달린 거다, 이거죠? - 126
미안하다, 설 중령! - 144
더디 되더라도 반드시 이루리라 - 150
제 2 부
환상통 - 162
칠전팔기 - 167
하늘이 열리고 - 173
방풍망 - 178
첫눈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 182
이기적인 양심 - 188
어머니 - 193
정 - 200
지금 이 순간 - 202
제 3 부
DMZ - 210
착각 - 212
첫 외출 - 214
넓어진 세상 - 216
행복(1) - 218
행복(2) - 219
일주일에 하루만 사람 - 220
할미꽃 - 222
세 잎 클로버 - 224
아카시아꽃 - 226
민들레 홀씨 - 228
첫눈 - 230
오직 당신께만 - 232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 - 234
여섯 친구 - 238
기도 - 240
제 4 부
세 번째 지뢰 현장에 들어오다 - 246
지금도 우리는 전쟁 중이다 - 25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255
계속되는 군인의 삶 - 259
첫 국감장에 서다 - 265
나의 소명을 다하자 - 274
지팡이로 중심을 잡는 국회의원의 약속 - 282
현장에 답이 있다 - 290
살아남은 그리고 살아갈 이유 - 295
에필로그 - 300
출간후기 - 306
저자소개
책속에서
“꽝”
불과 몇 분 전 이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 청천벽력 같은 굉음의 메아리가 꼬리를 물고 다시 한 번 천지를 뒤흔들었다. 순간적인 뜨거움과 아찔함 속에 몸은 몇 미터 튕겨 나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졌다. 엄습하는 두려움과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도, 믿고 싶지도 않았음에도, 꼭 해야만 한다는 듯 동물적 반사행동으로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통증의 진원지를 찾아 다리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순간,
“아……!”
거기에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넝마처럼 너덜대는 여름 전투복 바지 속으로 두 개의 장딴지 허연 살이, 마치 벼락 맞아 중턱이 아무렇게나 부러져버린 대추나무 마냥 갈기갈기 찢겨 피투성이가 된 채 벌건 마사토 위에 늘어져 있었다. 군화 약이 다 벗겨져 반질반질한 가죽이 불그스레해졌지만 40개월 동안 애정이 듬뿍 담긴 흙 묻은 전투화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도……. 밟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팔꿈치로 애써 지탱하고 있던 나의 상체와 머리는 힘없이 떨어뜨리어지고 말았다. 어릴 적 알지 못할 이상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밑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어머니……. 금란씨…….”
그 짧은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조그만 체구에 주름진 얼굴로 안쓰럽게 쳐다보는 어머니의 얼굴과 싸구려 셔츠를 걸치고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아내의 처진 눈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가 이내 겹쳐져 희미해졌다. 고개를 늘어뜨리고 엎어진 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대대장님! 대대장님! 괜찮습니까?”
라며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약 10여 미터나 떨어졌을까. 달려온 정보장교와 무전병이 놀란 눈으로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올 태세였다.
“안 돼! 들어오지 마……! 위험해……. 내가 나갈게…….”
엎어진 채 가까스로 고개만 쳐들고 피투성이가 된 손을 휘저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들어오지 마! 내가 나갈게……. 나갈 수 있을 것 같……. 포복으로 나갈게.”
몰려드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 짓누르는 방탄헬멧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겨우 고개를 들고 내가 나가야 할 길을 쳐다보았다. 군데군데 키 큰 나무들 사이로 허리 높이의 키 작은 나무들이 시커먼 부엽토 위로 아무렇게나 불쑥불쑥 튀어나온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난 잡목과 잡초들이 조금 전에 내가 들어 왔던 평탄한 마사토 지역보다 훨씬 안전해 보였다. 포복으로 안전지대까지 나가기 위해서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상체를 들어 올리다가 나는 여지없이 머리를 땅에 처박고 말았다. 오른손에 힘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누워 오른팔을 들어 보았다. 팔꿈치부터 피투성이가 된 오른손의 손가락들이 손바닥 쪽 껍질만 붙은 채 덜렁거리고 있었다. 관절 부위에 허연 뼈를 드러낸 채…. 왼팔도 마찬가지로 팔꿈치부터 피투성이였다.
- 제1부 들어오지 마! 내가 나갈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