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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578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05-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 하늘 아래 새로운 문학은 없다
2. 진리는 그 역도 진리다
3. 언어는 놀이를 좋아한다
4. 단시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5. 연작시
6. 극시
7. 이야기 시
8. 산문시
9. 언어는 기호의 특수한 체계일 뿐이다
10.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
11. 왜 한 쪽만을 강요하는가?
12. 세상에 처음부터 고정된 것은 없다
13. 시는 작자의 것이 아니다
14. 사진과 시의 만남
15. 우리는 서로 만진다
불이의 시학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난한 반원들
차가운 햇볕이 캔버스 위를 질주한다.
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정말 무섭다고 그리오.
기계로 제작된 직선들이 부딪혀 사망하자 많은 사각형이 탄생한다.많사각형이
크고 작은 수제품의 원들이 풍선처럼 둥둥 떠 다닌다.
삼각형들이 무시로 원들을 공격한다.
가난한 반원들이 숨어서 식빵을 뜯어 먹는다.
곡선들이 바람둥이처럼 싸다녔다.
보이지 않은 손이 도형들을 채색한다.
노마드
삶은 죽음 위에 핀 꽃이다. 그럼 죽음은 뭣이냐? 죽음은 삶의 변이형이지. 장난치지 말어, 그럼 변이형은 뭐냐? 변이형은 기본형을 전제로 형태가 바뀐 것이지. 죽음은 삶이 형태를 바꾸었을 뿐 그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란 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인데 모양만 살짝 바뀐 거란 말이지? 그래, 그렇다니까. 그럼 기본형은 뭐냐? 기본형은 변하기 전의 형태지. 그럼 삶이 기본형이고 그게 여러 가지로 변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죽음이란 말이지? 그래에. 살고, 살지, 살면, 살아, 살더라도, 살수록, 살지라도, 살았어도, 사는 … 아. 아무리 바꾸어 봐도 죽고는 안 되는데? 어떻게 된 거야? 사실은 나도 잘 몰라. 그럼 그건 그렇고 형태란 또 뭐야? 그건 한자말로 모양이란 말이지. 아, 그래? 한자는 뜻글자인데도 뜻이 빨리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그리고 전제란 또 무슨 말이야? 앞에 내세우는 조건이지. 그럼 조건은 또 뭐야? 아, 그렇게 성가시게 따지지 말어. 이유와 같은 말이야. 이유? 이유가 뭐야? 까닭이지 뭐야? 까닭? 무슨 닭? 아, 닭이 아니고 말이야. 말? 타고 다니는 말이 아니고,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이야.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우리말로 까닭이라고 해. 그게 뭐 그래? 이유가 뭐냐 하니 까닭, 까닭이 뭐냐 하니, 이유. 그게 말이 되냐? 왜 말이 안 되냐? 그렇게 자꾸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 끝이 없어. 대충 알고 넘어가. 알았어? 말이란 게 원래 그런 거여. 꼬리에 꼬리를 물지.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지는 거야.
수학적 논리 ½
½슬픔 = ½기쁨
½기쁨 = ½슬픔
½사랑 = ½미움
½미움 = ½사랑
½남자 = ½여자
½여자 = ½남자
½노인 = ½어린이
½어린이 = ½노인
½삶 = ½죽음
½죽음 = ½삶
이런 이치를 안다면 우리는 열반에 들어간 걸까?
½열반 = ½지옥
이런 이치가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한다. 슬프게 한다.
그러나
½절망 = ½희망
희망은 절망에서 오고 기쁨은 슬픔에서 오나니
슬픔이 없다면 어찌 기쁨이 있으며
절망하지 않고 어찌 희망이 있으리오
하나는 둘을 포함하나니, 그 둘은 대립하나니,
모든 것은 둘이면서 하나이니라. 다만 변할 뿐.
∴ 삶 =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