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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4292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0-09-23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4
1부 소소한 美學
일상
아름다운 소리 16
불면증 19
첫 염색 22
동백꽃과 인생 25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Ballade Pour Adeline 27
밤에 흐르는 상념 31
출근길 풍경 34
선택의 기회비용 38
독일의 아우토반 풍경 42
퇴근길 풍경 45
초가을의 어느 하루 49
여승의 눈물 53
인생에 정답은 없다 57
용안사의 추억 60
건강 64
해우소 67
삼국지 서시序詩와 사무엘 울만의 청춘Youth 71
행복 76
낙엽 단상 80
화장실의 추억 83
송백松柏 87
항룡유회亢龍有悔 91
오빠 95
촌놈들의 서울 정복기征服記 100
대학 동창회 104
2부 나의 사랑 나의 힘
가족
아들의 긴 머리 108
명절이 주는 기쁨 111
선물 114
봄나들이 117
백년해로 121
아들의 꿈 125
어느 해 여름 휴가 129
성묘 단상 133
아내와의 쇼핑 137
조카 손녀 서은이 141
결혼기념일 145
화수분 유산 149
형의 자격 153
아내의 바람 157
풍수지탄風樹之嘆 161
사랑의 찬가Hymne A L 'amour 165
어머니(1) 168
아버지 172
조카의 영전 178
소부론小富論 183
아내의 소원 _대전 이주기移住記 188
어머니(2) 193
아들과 딸 197
큰누나의 추억 201
3부 뚜벅뚜벅 걸었던 길
공직
지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 심리적 거리 207
청백리 211
백수 명상록 214
J 프로젝트와 새만금 개발 217
귀거래歸去來, 그리고 색소폰 221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 225
새벽 출근 229
공직자의 보람 232
하산下山 236
빛과 그림자 239
불완전할 자유 243
잔인한 달, 사월을 보내며 247
열정 시대의 유산 251
공직의 정점에 서서 254
상강湘江의 어부와 남산골 딸깍발이 257
어느 일요일의 풍경 261
나목裸木 265
명함 270
지방정부 274
소수집단minority의 비애 278
도광양회韜光養晦 283
고인돌 공원 288
순천청소년수련원 _30년 만의 방문 291
수구초심首丘初心 296
조문 답례문 _삼가 感謝의 글 올립니다. 301
저자소개
책속에서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전남도청에서 보낸 저는 2012년 2월 서울로 직장을 옮겼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족들을 광주에 남겨둔 채 홀로 상경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서울 양재동의 한 아파트에서 고려대 교수인 바로 아래 동생과 동거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생도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후 그동안 32평이나 되는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왔기 때문에 제가 동생과 함께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동생이 싱글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다만 이역만리 영국에서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생이 소위 기러기 아빠는 아닙니다. 제수가 영국에서 사는 이유는 직장이 영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유전의학을 전공했던 제수는 2001년부터 계속해서 셰필드 대학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나 동생이나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점심이나 저녁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문제는 아침입니다. 제가 주중총각(週中總角) 생활을 시작한 것은 전남도청이 광주에서 무안으로 이전한 2005년부터입니다. 저는 대학 시절부터 매일 아침 운동을 해 오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을 거른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동생과 같이 살면서부터는 아직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 적이 없습니다.
동생은 영국소설을 전공하는 영문학자입니다. 영·미의 SCI급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이 실리기도 한 학문적 역량이 뛰어난 학자입니다. 동생은 학문적 연구가 아닌 다른 곳에 한눈을 파는 법이 없습니다. 아침이면 곧장 학교로 출근해 연구에 몰두하다가 밤 11시가 넘어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도 아침 6시면 일어나 형을 위해 아침 식탁을 차립니다. 형이 아니면 좀 더 늦잠을 자도 되련만 그러면 형이 굶고 출근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입니다. 힘들 때는 아침 밥상을 차려 놓고 다시 침실로 들어가 자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정기국회가 열려 한창 바빴던 지난가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밤 11시가 넘어서야 동생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내일은 국회 일정 때문에 새벽 일찍 출근해야 하니 아침에 일어나지 말고 푹 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알람 소리에 깨어난 저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방문 앞 식탁 위에 무엇인가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간단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김밥 3개와 고구마 반 개, 우유한 병과 요플레 하나가 쪽지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쪽지를보니 낯익은 동생의 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흑미밥이라 바글거리고 딱딱하니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먹어!”
-‘형의 자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