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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5510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3-08-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물에 묻힌 내 고향 분원마을 | 4
1. 기름집 아들
어린 영혼 12
기름집 아들 16
빛바랜 사진첩 20
흰 고무신 25
생일맞이 성묘 30
외로운 섬, 아버지 35
2. 달빛의 신비한 치유력
시간이 오고 가는 것인가 42
총죽지교(葱竹之交) 44
환경미화원 식사 초대 49
달빛의 신비한 치유력 54
그림자를 집에 두고 산에 간다 59
그러려니 그냥 받아들이세요 63
3. 호수에 잠든 내 고향
고향이 뭐길래 70
호수에 잠든 내 고향 광주(廣州) 분원(分院) 75
물에 묻은 내 고향 분원 78
팔당호에 묻힌 소내 나루 82
원두막을 팔당호에 묻고 87
우천도(牛川圖)와 소내(苕川) 92
분원리 사옹원 감관 선정비 97
내 고향 분원(分院)과 하재일기 102
4. 개밥지기
드러누워 보는 세상 111
참을 걸, 베풀 걸, 즐길 걸 115
하늘을 보라! 120
개밥지기 125
배꼽 129
어처구니 있다 135
보리 풋바심 139
나 144
5. 다시 서 보고 싶은 교단
조는 학생, 자는 학생 151
무너지는 교권, 흔들리는 학교 155
매를 맞겠다고 합니다 160
십자인대 파열 사건 165
선생님, 정년퇴임 하셔야죠 170
다시 서 보고 싶은 교단(敎壇) 175
6. 임종체험
가상 유언장 181
암(癌) 센터 185
안락사(安樂死) 190
고독사(孤獨死) 19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98
임종(臨終)체험 203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간이 오고 가는 것인가
우리는 누구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은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다. 도리 없이 마음으로 시간을 보고, 시간의 흐름을 깨닫고, 시간의 길이를 재단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 할 일 없이 앉아 있으면 그 하루는 참으로 지루하고 길다. 말 그대로 일각(一刻)이 삼추(三秋)와 같다.
영화를 보면 일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파란 잎이 돋아나고, 누렇게 보리가 익어가고, 단풍이 울긋불긋 산하를 수놓고, 하얀 눈이 파란 솔가지에 소리 없이 내리면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참으로 일 년은 짧다.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어놓고, 젊은 청년이 스포티(sporty) 한 차림으로 강가를 힘차게 내닫고, 노인이 강가에 서서 지는 해를 배웅하는 모습이 보이면 수십 년이, 일생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나는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고, 일생을 찰나와 같다.’라고 주장을 할 때가 있다. 시간의 존재는 물론 시간의 흐름, 시간의 길이는 느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시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고, 시간에 길이와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관념적 오류라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이 오고 가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오고 가는 것인가?’라는 의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시간은 영겁의 세월 항상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데, 인간들이 흘러가면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간을 향하여 오고 간다고 하는 게 아닌지, 마치 강물이 흘러가면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을 보고 흘러간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혼란스럽다.
시간이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가, 시간이 존재한다면 제 자리에 머무른 것인가, 아니면 흘러가는 것인가, 그 흐름에 따라 인간의 노화(老化)가 이루어지는 것인가?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