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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164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4-08-21
책 소개
목차
1권
1. 외로운 캔디걸
2. 매력 있는 여자가 되는 법
3. 직장 수난시대
4. 우린 아직 서툴러요
5. 엇갈리는 인연
6. 설렘의 계절
7. 판도라의 상자
2권
8. My Love
9. 우리, 연애할까?
10. 추억 만들기
11. 늘 지금처럼만
12. 단둘의 결혼식
13. 다시 내리는 어둠
14. 기억해줄래?
3권
15. 가까이 더 가까이
16.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
17. 유쾌한 바리스타
18. 연애할까요?
19. 슬픈 범인
20. 봄이 오는 소리
에필로그
번외-한승민 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발짝씩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금씩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았다. 성지혁, 너라는 남자는 오만하리만치 당당했고 잔인하리만치 냉정했고 마치도 감정 없는 마네킹처럼 무뚝뚝했었지. 내게 불같은 사랑도, 따뜻한 평화도, 어느 하나도 제대로 준 게 없이 그렇게 불합격 남편이었지. 근데 내가 이런 너를 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더 이상은 얼굴을 봐도 설레지 않고, 손을 잡아도 두근거리지 않고, 품에 안겨도 무덤덤해질 수가 있을까?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될 수 있을까?
난 몸을 돌려 등을 보인 채로 쭈그리고 앉아서 울었다.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사랑도, 그 어떤 애틋한 추억도 없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지 알 수 없다. 방금까지 계속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널 밀어냈지만 사실 난 정말 간단해. 여태 미친 듯이 널 사랑했던 나의 초라하고 얄팍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만약 그 자존심까지 다 사라진다면 내가 널 사랑했던 기억마저 내겐 슬픈 눈물로 남아버릴까 봐. 그러니까 세경아, 사랑했던 만큼 울자. 울고 잊어버리자. 그리고 이제 손을 놓기로 하자. 이 힘에 겨운 나의 짝사랑을.
흠뻑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울고 있는 동안 길거리의 신호등이 몇 번씩 바뀌는지 모른다. 내 인생의 사랑도 이제부터 저렇게 몇 번씩 바뀌겠지? 근데 지금 내 머리칼에 닿는 이 따뜻한 체온은 뭘까? 바람에 흩날리는 나의 머리칼을 쓸어주는 이 손길은 누굴까? 나는 울고 있던 얼굴을 천천히 들었다. 간 줄로 알았던 지혁이는 내 앞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서 나를 내려다본다. 그 남자의 팔이 다가와서 나를 일으키고 그 남자의 손이 다가와서 내 눈물을 따뜻하게 닦아준다. 그리고 내 몸과 어깨를 꽉 안아준다. 숨을 쉴 수도, 더 이상 빠져나갈 틈도 없이 나를 품 안에 가두고 지혁이가 말을 했다.
“내가, 잘못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혁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8년 전 그날 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하다. 과거를 돌릴 수가 있다면, 시간이 되돌아간다면 나는 너를 그렇게 아프게 안지 않을 거야. 나는 네 몸과 마음을 찢어버리지 않을 거야.”
“…….”
“그러나 미안해. 내겐 시간을 되돌릴 재주가 없어. 그래서 이렇게 사과한다. 세경아, 미안해.”
“…….”
“용서하지 마. 날 용서하지 말고, 평생 같이 살자. 내가 너한테 평생 이 빚을 갚아주면서 잘해줄게.”
“…….”
“이렇게 내 욕심만 부리고 싶어. 지금까지 늘 뒤에서 울고 있었을 너한테, 계속 이렇게 내 욕심만 부리고 싶어.”
숨이 막혔지만 지혁의 품에 갇혀버린 나는 옴짝달싹 못했다. 난 귓가로 전해지는 그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이제라도 널 덜 아프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게. 우리가 함께 있는 경우든,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경우든.”
머리를 들어 보았다. 지혁이는 울고 있었다. 나도 더 이상 흘러나오는 눈물을 입술 꽉 깨문 채 참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슬프게 울고 말았다. 어디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될지 모르는 우리 사이 때문에 막막해서 울었다.
“근데 그마저도 널 아프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나는 너한테 이런 남자라는 게 죽을 만큼 미안하다.”
지혁이는 마지막 말을 내뱉고 날 안았던 팔과 손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아까의 길을 다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나는 그제야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가는구나. 내 사랑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그건 정말이지 그 어떠한 아픔보다 더 아프고 그 어떠한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다가오는 내일엔 어떠한 일들이 나의 이 아픔을 지워낼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을 여전히 알 수가 없어서 울었다. 마치 길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처럼 돌아갈 길을 못 찾아서 울고 또 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