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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1918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2-04-15
책 소개
목차
1장. 귀국
2장. 청혼
3장. 첫 키스
4장. 눈이 와
5장. 부부 싸움
6장. 산타의 저주
7장. 내 남편의 비밀
8장. 결자해지
9장. 너를 헤매는 시간
10장. 고백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결혼하자.”
은효는 고개를 돌려 봤다. 준우를 봤다가,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 저쪽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지만 이곳은 그녀와 준우, 둘뿐이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방금 전 얘기는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
“누구랑?”
그래서 물어봤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준우도 제게 남자를 소개해 주려고 꺼낸 말인 줄 알았다. 앞뒤 연결이 없이 무작정 본론만 던져서 이상한 오해처럼 얘기가 들린 줄로 알았다. 그러나 준우의 다음 말들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나랑.”
“…….”
“나와 결혼하자고. 이은효.”
지금껏 식사는 둘이 같이 했는데 준우 혼자만 뭘 잘못 먹었나 싶어서 은효는 저도 모르게 테이블의 음식들을 훑어봤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어 준우를 쳐다봤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꽤 거북했을 텐데도 준우는 덤덤히 받아 내면서 기다려 주었다.
“취했어?”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은효가 한마디 했다. 준우는 그 말에 테이블을 눈짓했다.
“한 잔도 안 마셨어. 보고 있잖아.”
“그럼 미국 살 때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 거야?”
“머리에 총 맞아야지만 너랑 결혼할 수 있어?”
오히려 준우가 잘 이해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때쯤에야 은효는 그의 말이 그냥 던져 본 농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준우는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은효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심심해서 건네는 장난도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너도 결혼해야 된다면서?”
멍하니 그를 바라만 보고 있자 준우가 다시 말을 던졌다. 은효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결혼은 해야지. 그런데 그 상대로 단 한 번도 도준우를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준우 역시 그녀를 결혼 상대로 생각한 적이 없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건지 은효는 알 수가 없었다.
“적당히 만나는 사람도 없어서 몇 년째 선만 본다고 하지 않았어?”
대답을 못 하는 은효에게 준우는 이어서 말했다.
“어차피 선이라는 게 조건만 얼추 맞춰 결혼하는 거잖아. 서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건 그렇지. 선봐서 결혼한다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단시간에 다 알 수는 없었다. 결혼한 다음 같이 살면서 하나씩 천천히 알아 갈 수밖에 없다. 준우는 그런 은효의 걱정을 한 번에 간파하듯이 얘기했다.
“그럴 거면 생판 모르는 사람보단 그래도 알고 지냈던 사람과 결혼하는 게 리스크가 적지.”
“알고 지냈던 사람이란 건 널 말하는 거야?”
은효의 말에 준우는 그렇지 않느냐며 머리를 끄덕였다. 참지도 못하고 은효에게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문득 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준우와 팔짱을 끼고서는 수줍게 웃고 있는 제 모습이 상상됐다. 한 침대에 누워서 같이 잠드는 모습도 부지불식간에 떠오르자 은효는 그만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그림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잠깐 상상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민망해져서 은효는 저도 모르게 준우한테 뭐라고 했다.
“야.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이 낫겠다. 너랑 내가 무슨 결혼을 해?”
말을 하다 보니 어쩐지 화가 나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무수한 불확실성을 안고서라도 선을 봐서 결혼하는 일은 몹시 중요했다. 그만큼 결혼이 꼭 하고 싶었고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혼에 별로 간절해 보이지도 않는 준우가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게까지 느껴졌다.
“불쾌하네.”
그러나 불쾌하다는 의사를 내비친 건 준우였다. 그는 모르는 사람보다 제가 더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