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56624516
· 쪽수 : 912쪽
· 출판일 : 2020-04-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975년
1 장 바닷가 도시
2 장 커가는 꿈
3 장 강 옆 마을
4 장 작은 장애들
5 장 산들
6 장 낮의 서커스, 밤의 빈민굴
7 장 떠돌이 생활
8 장 미화
9 장 막무가내 법
10 장 한 지붕 아래서 살기
11 장 밝은 미래에 낀 먹구름
12 장 운명의 흔적
13 장 결혼, 기생충, 수도승
14 장 다시 찾아온 고독
15 장 가족계획
16 장 다시 처음으로
에필로그 1984년
추천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삶이란 매혹된 관객들로 들어찬 공연장의 연주회와도 같아서 완벽한 사생활이란 게 없었다. 때때로 그녀는 옛날처럼 공짜 연주회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옛날을 붙드는 듯한 그 어떤 행동도 그녀는 경계했다. 자립에 이르는 길은 과거를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었다.
일꾼들은 넘치는 하수구를 막으려고 애를 썼다. 그때 한 소년이 밧줄 끝을 붙잡고 땅 밑에서 나왔다. 끈적끈적한 하수구 찌꺼기를 뒤집어 쓴 소년이 일어서자 그는 햇빛을 받아서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으로 빛이 났다. 오물로 뻣뻣해진 소년의 머리는 시커먼 불꽃으로 만든 왕관처럼 타올랐다. 소년의 뒤로는 빈민굴에서 나오는 연기가 하늘로 굽이쳐 올라가 완벽한 지옥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전율하며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던 디나는 열차가 그곳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악취 때문에 코를 막고 있었다. 그러나 지옥 같은 그 장면이 저녁 내내, 그리고 며칠 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녀는 못 주위의 철망을 비틀어서 막았다. 주전자가 건강한 김을 내뿜으며 차가 준비됐음을 알렸다. 차를 펄펄 끓이려고 조금 더 기다리던 그녀는 점점 더 짙어지는 김과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물소리 속에서 수다를 떨고 친구를 만나고 분주한 삶을 사는 환영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