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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94006475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12-07-12
책 소개
목차
인도현대사 연표 10
그토록 먼 여행 13
발문 로힌턴 미스트리의 『그토록 먼 여행』_손홍규 552
옮긴이의 말 삶은 끝없는 여행, 그리고 보잘것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_손석주 560
종교 관련 주요 용어 564
리뷰
책속에서
누군가는 신에게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돌봐 줘야 한다.
장미 한 송이 따위의 가식은 필요 없어
이거 하나만은 기억해 둬.
누구에게나 늙음과 슬픔이 언젠가는 찾아오게 돼 있어.
담벼락에 그려진 성스러운 얼굴들은, 어떤 것은 무섭고 복수심에 불타고, 어떤 것은 명랑하고, 어떤 것은 인정 많아 보이고, 어떤 것은 두려움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며, 또 어떤 것은 친절하고 자상한 표정으로 도로와 차와 행인들을 밤낮으로 지켜보았다. 나타라자가 우주의 춤을 추고, 아브라함이 이삭 위로 도끼를 높이 쳐들고,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락슈미가 부를 나누어 주고, 사라스바티가 지혜와 학식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돌담이 변화를 거치는 동안에 화가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지금껏 그가 맡아본 일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기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 오랜 세월 그의 삶의 리듬은 도착, 창작, 소멸의 주기를 정확하게 순환했다. 잠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거나 밥을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것처럼, 그러한 주기는 그의 혈관 속의 피와 폐 속의 공기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너무 오래 머무는 것과 늑장 부리다 떠나는 것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하는 자기만족의 일상이 만들어진다면서 그것들을 경멸했다. 여행은 계획하지 않고 우연히 홀로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오래된 삶의 방식이 위협받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동네와 길고 검은 담의 견고함 때문에, 그는 인간들이 겪는 슬픔의 원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불변의 것, 영속성과 뿌리에 대한 열망이었다. 머물러야 할지 떠나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화가는 마음이 불편하고 혼란스럽고 불만스러웠지만 일을 계속했다. 스와미 다야난다, 스와미 비베카난다, 파티마 성모상, 자라투스트라, 그리고 수많은 다른 그림이 거리의 화가가 미리 운명을 정해 놓은 자리에 위치했다. 그것들 역시 불확실한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