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5650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1-09-30
책 소개
목차
제1부
앵무새를 잃어버린 아이
굴 소년들
눈사람
찢어진 나비 어깨
호의
레스타벡
말들의 감옥
눈사람이 되고 싶은 눈송이들
내 꿈속의 생나제르
개미지옥
난민 소녀들―설문조사
툰드라 육식조
제2부
답동성당이 사라지고 있다
(무제)완벽한 연인들
어느 달밤 이야기
조선인촌 주식회사 소년 직공 김오진
화평동 조막손이
환승
유령거미
흉몽과 망집
흔들리는 일들
안개
굴뚝 소년과 까마귀
(검은 비가 된) 물고기별
그 사이
시인노트
시인 에세이
해설
시인에 대하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들은 동굴 벽에 구멍을 내고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했지
굴을 파던 소년들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왔지
폭발음이 들리고 구름 연기가 피어올랐지
동굴 입구까지 돌 먼지가 뿌옇게 밀려 나오면
소년들 다시 들어가 가슴에 돌덩이들을 안고 나왔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소년들 굴을 팠어
손톱이 빠지면 피가 멈추지 않았지
- 「굴 소년들」 중에서
반은 비가 오고
반은 해가 뜨던
그런 한낮을 지나는 중이었는데
난민단체 자원봉사자가 스티커를 내밀었다.
“이 아이들처럼 전쟁이나 재난을 당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주저하다가 식량과 물이라 적힌 설문조사 칸에 스티커를 붙였다.
자원봉사자는 내게 틀렸다며
닳고 닳은 서류철을 펼쳐 보였다.
아프리카나 그보다 더 먼 나라
난민 아이들이 모여 있는 천막이 보였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최악의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어떤 아이는 아이를 낳기도 한다고,
아이가 아이를 낳는 곳
그곳에서 여권이나 식량보다도 더 절박한 건 천막이라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장막
국경을 바라보는
자원봉사자와 나 사이에 무언가 있다.
- 「난민 소녀들-설문조사」 중에서
이 세계는 거대한 상자 같다. 매일 짓고 부수는 상자. 사람들은 각자가 만든 상자에 갇혀 산다. 각각의 상자 모양은 내면의 계곡에 따라 다르다. 나의 상자는 매일매일 달라진다. 어제 다르고 내일도 다를 것이다. 오늘은 여섯 개의 벽을 두른 상자에 갇혀 있다. 벽면을 하나씩 밀면 물고 기별, 툰드라 육식조, 마카우 앵무새, 개미지옥, 천막 등이 튀어나온다. 벽 구석에는 누수된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리는 익명의 눈물들을 담고 있는 물통이 하나 있다.
- 시인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