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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589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2-03-22
책 소개
목차
1부
밥이나 하라는 말/칠월의 산빛/갈비뼈를 얻다/윗목/꿈의 숲 요양병원/안쪽/달랠 길 없는 언덕 길/전어론(論)/철렁/동백꽃 문영예 씨/치울 수 없는 사람/이어가는 날들/
2부
설운 일 덜 생각하고/참매/고아/마지막 콩밭/옛집/고인돌/생일/회류하는 가시/부부의 탁족/개가 이끄는 평상의 낙서/개가 이끄는 평상의 낙서 2/냉소주의자에게
3부
사려니 숲이라는 습에서/종소리/무수골에서/늙은 개 같은/목줄/묘주/천변에서/이마/연옥이라는 다행/혹한기/호시절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해설
문동만에 대하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
콩밭도 없는 세상으로 가셨으나
완두콩 남겨두고 가셨네
나는
살 빠져나간 콩밥을 지었네
맛있게 먹고
설운 일 덜 생각하며
풋콩처럼 살아라
- 「설운 일 덜 생각하고」 전문
자전거 타고 핸들을 꺾다 하늘로 떠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유리창에 부딪친 새처럼 바닥에 널브러졌고 집으로 가는 길은 아득해졌습니다. 사위도 정신도 어두워지고 어렴풋이 누군가들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측백나무나 은사시 울타리, 장 보러 가다 말고, 버스를 타러 가다 말고, 약 사러 가다 말고, 가다 말고, 말고 라는 발걸음이, 멈춰 선 발걸음들이 멈추려는 숨을 살렸듯, 그들이 차를 한편으로 통행시키며 구급차를 불러주고 말을 시키며 연고를 물어주던, 소란하되 나지막한 숨결들이었습니다. 안부를 물어주던 핏줄들이 물 같은 피가 됐
으므로, 나는 나를 물어주는 말들이 그리웠을 겁니다. 생각나지도 않는 그녀들이 누구였을까요.
- 「갈비뼈를 얻다」 중에서
고등어 발라 저녁 먹는데 옆자리 앉은 두 노인이
조곤조곤 저녁을 자신다 동년배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들이란 이도
칠순은 된 듯하다 아들은 아이를 어르듯이
천천히요 조심히요 많이 듣고 살았을 말들을 집어
반찬처럼 놔주며
아버지도 아들 앞에서 자신이 가르친 것들을
다시 배우는 중인지 나 잘하지 잘하지 하는 듯
슬며시 눈도 맞추며 젓가락도 맞추며 가지런하니
틀니도 맞추며 야무지게 살을 바르고
- 「회류하는 가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