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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6565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3-12-19
책 소개
목차
1. 몸으로 부르는 연가
왼손을 위한 주문
뫼비우스의 돈
만능 콘돔―뫼비우스의 돈 2
더러운 여자
내 것이 아닌 내 안의 것
세상에 없던 사랑
숙주의 사랑
갈 일 없어 폭신한 깊이
뒤집힌 팬티가 말하길
2. 장난일지
오월동주
증명은 개의 것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이 장난이니
없는 것들의 자리
어떤 윤회
그리하여 장난의 운명은
그러나 그들은
3. 헛이야기
속되고 속된 이야기
게으른 자의 사랑
게으른 자의 죽음
그림자의 자그림
동네 역사에서 단 한 번 있었던 화상사건
세계를 말하는 세 가지 삼단논법
모순이라는 모순
반항적 부양력―세계론적 농담
스무고개
약지의 쓰임새
나는 개다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
김병호에 대하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버리는 일에 순서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순서껏 버려 남는 게 의미라면, 발이라도 가려 디디면 살아질 일이었다.
가을 밤장마에 덜 젖은 발자국이라도 찾아질 일이었다.
사랑이라도 해볼 도리였다. 부드럽게 뜯겨나가 숨이라도 넘어갈 고개였다.
그래서 그는 고래의 울림으로 노래했다.
비풍초똥팔삼
_「왼손을 위한 주문」 중에서
나는 벽이다. 찔리는 고통을 참으며 못 박히는 벽이 나이고 찌르는 줄 모르면서 못 박는 나는 벽이다. 뽑아내지 못하는 고통을 망치 삼아 못 하나 제대로 못 박는 엉덩이가 내 부분이고 작정 없이 발광하는 어느 욕망이, 내 안에 있으나 내가 뿌린 것이 아닌 무정형의 용암이 나를 개끌고 다닌다. 그래서 나는 발작하는 벽이며 그래서 벽은 안온한 역사이다. 아주 오랜 선조부터 내려오는 헛소리이다.
_「내 것이 아닌 내 안의 모든 것」 중에서
소가 풀을 뜯는 옆에서 개가 풀을 뜯고, 그 옆에서 농부가 풀을 뜯는다. 풀을 뜯되, 누구는 먹고 누구는 뱉으며 누구는 그것을 죽인다. 주어를 달리함으로 다른 결과가 드러나는 이런 속성으로 구성된 이 세계는 언어의 문제를 넘어 모든 생이 하나의 목적을 향하는 일관된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은유한다. 개는 풀을 뜯는 행동 하나로 이를 증명하고는 지나는 토끼에게 삥을 뜯다 걸리자 장난이었다고 항변한다. 어떤 뜯는 행동은 그러나 장난이 아니다.
_「증명은 개의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