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1651256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10-21
책 소개
목차
뵐룽 아흐레 7
내비게이션 111
여행 147
후기 227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록에 의하면, 아니 전해진 말에 따르면, 아니 다 늙은 허공이 밤새 속삭이길, 그가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 불룩 나온 배를 안고 길을 가는 엄마의 그림자가 막 전원을 켠 브라운관 텔레비전처럼 가끔 깜박였다고 한다. 그림자가 켜졌을 때 초음파 사진처럼 웅크린 태아의 모습이 바닥에 어른거리기도 했다는데, 또 누구는 그가 웃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믿는 사람은 없었지만 소문을 들은 참새들이 엄마의 불거진 배꼽에 앉으려다 떨어지기도 했고, 이른 여름 좁은 길을 가득 채운 두꺼비들이 딱 보폭만큼 길이에 딱 발 디딜 만큼만 바닥을 내주어 임산부는 미끈거리는 두꺼비 등 대신 어렵사리 땅을 밟으며 걸었다. 집에 이른 여인이 신발 바닥에 늘어져 붙은 껌을 떼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옆 마을에서는 배 나온 여인이 두꺼비 위를 걷는 기적을 행했다는 말을 전하며 그해 담배 농사가 잘될 거라고 웅성거렸다.
'생명이여, 그대는 왜 사는가?' 잠 없이 사흘을 헤매고는 어느 순댓국집 앞에서 하염없이 돌고 있는 물레방아 앞에 섰다. 온갖 색전구들을 매단 요란한 물레방아였지만 그 앞에 선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자 뜻밖에 물레방아가 대답했다. '가능한 오래 살기 위해 산다네.' 그는 놀랐지만 놀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생명이여, 왜 그토록 오래 살려 하는가?' 그는 스스로에게 묻듯 짐짓 다시 물었다. '그래야 왜 사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물레방아의 목소리는 깊었다.
그는 뵐룽 아흐레이다. 그의 이름이자 스스로를 바라보는 거울이고 세상이 그를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아흐레 뵐룽이라 불러도 그는 들은 체를 했으며 부르기만 해도 세상이 함께 울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름의 어느 부분이 씨족을 지칭하는지 또 어느 부분이 자신을 가리키는지 순서를 가리지 않는 이름 아닌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