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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713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8-31
책 소개
목차
구름은 벽처럼
어둠 속에서는 잘 구별되지 않는 것들
아니에요
나는 자꾸 내가 되려고 해서 번거로웠다
어떤 뉘앙스
눈꺼풀 안쪽의 붉음
사일런스
물질과 기억
밝은 언덕의 물병
같은 뼈 다른 바다
미학적 선택으로서의 경계
약하고 어수선한 삶
부드러운 마중
가기 전에 오는
아주 조금의 숲
자막 없음
싱코페이션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산책법
무형 선물 교환 파티
내가 이렇게 쓰고 있으면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마침내 들리기 시작하는 웃음_송승언
김선오에 대하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는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커밍아웃했을 때 자신의 시체를 보여주었다.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소년이거나 소녀이거나 둘 다 아니라거나 하는 문제보다, 살아 있는 몸과 죽어 있는 몸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고 무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_「미학적 선택으로서의 경계」 중에서
돌아와. 선베드에 누워 있었다. 돌아와, 돌아와. 몸을 뒤척였다. 수영장은 펼쳐져 있었다. 누워서도 보이고 앉아서도 보였다. 언제 잠든 건지 모르겠다. 언제 깨어났는지도. 그러나 수영장은 현실적이었다. 구름을 살살 흔들고 있었다. 돌아와. 뭐라고?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천사가. 한쪽 눈을 감은 천사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_「약하고 어수선한 삶」 중에서
시를 쓰면서는 질문을 잊어야 했다. 잊기 위해 허밍을 상상했다. 허밍의 리듬, 허밍의 주름, 허밍의 부서짐. 듣는 사람 없이 이어지는 빈집에서의 허밍. 청소나 걸음 같은 동시적인 움직임에 실려 가는 소리. 목적 없는 소리. 장악하거나 환원되지 않는 소리. 바깥의 세계가 우당탕탕 굴러가는 동안 어두운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아끼는 이의 깊은 잠을 위해 부르는 자장가 정도의 의지가 함유된. 구도도 형식도 의미도 희박한. 부정확한 음정으로 지속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가사도 악보도 없는. 그러나 볕 좋은 어느 날에 잠시 음악인.
_「시인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