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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56755210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명찰에 쓰인 이름 / 출발 / 잼 병 / 여행을 떠나는 병아리들 / 길들이기 / 유년의 나라 / 손끝에 느껴지는 / 양파 / 지리 공부 / 다시, 출발 / 몇 초 만에 /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 부드러운 살결 / 룰루의 헝겊 장난감 / 휠체어 리프트 / 커피 자판기 / 프루스트의 마들렌느 / 비틀린 참나무 / 사소하지만 위급한 것들 / 속담 / 눈가의 잔주름 / 소개서 / 기다림 / 작은 설탕 알갱이 / 엘리베이터 / 없는 날 / 운명의 발자국을 따라 / 날 내버려둬 / 그녀의 품에서 / 가련한 작은 파도 / 작별의 시간 / 꽃들과 구름들 속에 / 오, 한없는 나의 고통이여! / 길고 조용한 강물을 떠나 / 부득이한 경우 / 댐을 보호해주세요 / 메리 크리스마스 / 뽀삐를 위한 모자 / 커다란 비밀을 간직한 작은 소녀 / 토닥임 / 누수 봉합 / 눈길에서 / 지배하려 들지 않는 수컷 / 재활 교육 / 망각의 동굴 / 널 기다려 / 두 번째 엘리베이터 / 봄날의 폭우 / 구릉에 불과했던 산봉우리 / 융합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계산원으로 일한 지 두 해가 됐지만 손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분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극히 드물다. 대개는 꾸물댄다며 나를 타박하거나 예의를 차릴 가치도 없다는 듯이 눈길도 주는 둥 마는 둥이니까. 내가 한낱 계산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눈빛을 보내는 인간들, 손님은 왕이라며 성차별적인 발언을 포함한 모든 진상이 허용된다고 믿는 인간들, 계산대 모니터에 지불금액이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를 기계 취급하며 휴대폰 통화를 멈추지 않고 지절대다가 휙 떠나버리는 인간들.
“장난해요? 그 인간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것 같아요? 영수증에 딸려 나오는 할인권 쪼가리를 슬쩍 했다고 쫓겨난 직원들도 있는 판인데. 원래 손님이 가져가지 않은 할인권은 폐기해야 하거든요. 만일 우리 중 누군가 1유로 80상팀짜리 할인권을 꿍쳤다가 걸리면, 설사 변상한다고 해도 그놈이 잘라버릴 수 있다고요. 그런 판에 50유로가 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렇게 위험하단 사실을 잘 알면서 왜 돈을 바로 채워 넣지 않았소?” “돈이 없으니까요.” “슈퍼에 현금인출기가 있을 것 아니오?” “돈이 없다니까요.” “아니, 통장에 단돈 50유로도 없는 사람도 있소?” “그러게요. 월급날이 바로 코앞이었거든요.”
환멸이라면 신물이 나도록 맛보았다. 세상만사가,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내일 아침,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날 데리러 올 것이다. 각자 아들을 데리고 브르타뉴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그의 아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을뿐더러 얼굴조차 모른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안다면 완전히 돌았다고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