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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56756118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그리고 어둠 | 조지안이 누굴까? | 푹신한 안개 | 욕망의 등식 | 무의식 속의 의식 | 마카롱을 사이에 두고 | 암흑의 피신처 | 손가락 끝에서 | 작은 전등 | 그의 여동생 | 여린 당돌함 | 알아볼 수 없는 | 절대적 무력감 | 샤넬의 재봉사 | 자유롭게 숨 쉬며 | 그게 어딘가 | 맥주 한 잔을 위하여 | 지겨워 | 희생자 | 잘 정돈된 삶 | 사과파이 | 그 애를 떠나보내다 | 텅 비었어! | 그리움 | 말루와 사람들의 불행 | 프리 허그 | 최종 기한 |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리 | 할아버지의 깜짝쇼 | 결혼 안 해 | 정신과 의사들의 음흉함 | 성당 꼭대기에서 | 불빛이 꺼지고 | 천사 기욤 | 빛나는 우편함 | 아이들에게 말할까? | 치욕 | 보행지지대 떼기 | 홀로 집에서 | 헤벌쭉한 미소 | 명령 이행 | 갈가리 찢겨 | 러시아 억만장자 | 파블로프와 마르셀 | 다음 생 | 그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몇 가지 징후들 | 억수같이 퍼붓는 비 | 부른 배를 안고 사고를 당하다 | 오직 중요한 한 가지 | 피해자 이름 | 사랑의 무지개 | 그녀를 다시 만나다 | 그와 함께 떠나버려 | 편지 | 떠나기 | 할머니 자격 | 알렉상드르의 어선 | 패딩 점퍼 | 비인간적인 것과의 결별 | 명중 | 태양이 두 번 뜰 때 | 헤매지 말기를 | 작은 인어 | 빨간 작은 점 | 야생 그대로의 바베트 | 그녀가 상어에게 미소 | 산속의 얼음물 | 기다림 | 야생 염소들이 거기에 | 바로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것이 | 상어 | 그녀는 단호함의 화신 | 심지어 개들을 두고도 | 줄리에트를 부르는 메아리 | 그래서? | 그런 말은 한 번으로도 충분해 | 응당! | 인생에 대고 맹세! | 떠나기 전에 | 강물과 바람 속에서
리뷰
책속에서
욕실에서 나오니 로랑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식탁이 깨끗하다. 사무실에서 종일 컴퓨터를 마주하다가 집에 돌아와 맨 먼저 하는 일이 다시 컴퓨터라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나서야 한다. 나는 벽장에서 요깃거리를 대충 집어 들고서, 컴퓨터 모니터에 넋을 빼앗겨 눈빛이 멍해진 로랑의 볼에 키스한 뒤 집을 나왔다. 메일을 확인할 때면 로랑은 업어 가도 모른다. 확인이 끝나면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틀림없이 몇 시간이고 전쟁 게임에 빠져들 터였다.
병실로 들어가보니 아닌 게 아니라 한 소녀가 의자에 못 박힌 채 소방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참상이 자기의 가냘픈 어깨에 얹혔다는 듯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아니면 어쩌면 너무 빨리 자라버린 몸을 웅크림으로써 달아나려는 유년 시절을 붙들어 매두려는 걸까. 소녀는 문을 등지고 앉아 있다. 소녀의 발치에 놓인 이스트팩 배낭엔 털 인형 열쇠고리 세 개가 지퍼마다 각각 매달려 있다. 길을 걸을 때마다 털 인형들이 흔들릴 테고 이 또한 유년 시절을 상기시키며 소녀를 안심시킬지도 모른다.
젠장! 망할! 우리 오빠 어떡해……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오빠라는 걸 알았어,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봤거든. V자를 에워싼 작은 꽃 세 송이를. V는 바네사의 V야. 2년 전에 우리가 대판 싸운 뒤 오빠가 날 버리고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하자 안심시키기 위해 문신을 했지. 하지만 그밖에는…… 아무나 데려다놨더라도 난 오빠인 줄 알고 속아 넘어갔을 거야. “안녕, 학생, 이 사람이 당신 오빠예요”, 그들이 퉁퉁 부어오른 미라 앞에 나를 데려다놓고서 이렇게 말했어. 문신 만세! 오빠도 이젠 내가 문신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까. 언젠가 내가 오빠 같은 꼴을 당하면 이런 식으로라도 쓸모가 있을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