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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819165
· 쪽수 : 472쪽
책 소개
목차
1화 나는 달린다
2화 영점영일의 확률
3화 비현실인 현실
4화 욕심, 내겐 절실한 욕심
5화 고장 난 심장
6화 이게 힌트?
7화 깨어난 감정
8화 전 소중하니까요
9화 수줍은 설렘
10화 뿌연 시야 너머
11화 되돌아가는 시간
12화 그 세상에 속해 있는 나
13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14화 지워진 것에 대한
15화 소중하지 않은 건 없어
에필로그 채우며 1
에필로그 채우며 2
에필로그 채우며 3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치.
순간, 오기가 생겼다. 손을 뻗어 낚아채듯 그의 손에서 친자확인서를 확 뺏었다. 그의 미간이 신랄하게 일그러졌다.
“여기!”
손가락으로 99.99% 표시를 가리켰다.
“그쪽이요. 그니까…… 유경이…… 아버님?”
아, 뭐라 불러야 하는 거야? 이 와중에 호칭을 고민하는 내가 싫다. 정말.
“아무튼…… 이거잖아요, 99.99.”
한경의 눈썹이 ‘그런데?’로 바뀌었다.
“그니까 유경이…… 아버지 되시는 그쪽은 99.99 가지시고요.”
찔릴 것 같은 그의 첨예한 시선을 회피하며 바닥을 주시했다.
“……나한테 0.01퍼센트 줘요.”
“뭐?”
자그마한 웅얼거림에 그의 입술이 황당하다는 듯 실룩했다.
“그니까 그쪽은 구십구점구구 퍼센트 아빠잖아. 백 퍼센트는 아니란 거잖아!”
난 용기 내어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봤다. 이대로 절대 물러설 수 없다.
“그러니까 영점영일 퍼센트는 내 거야. 나도 유경이 가족이야. 지난 15년 동안 유경이랑 가족으로 살았어! 내게서 유경일 뺏어갈 순 없어!”
“이봐!”
나의 외침에 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나도 영점영일만큼 유경이 가족이야! 나도 영점영일의 확률만큼 가족이라고! 그러니까 유경이 혼자 못 보내!”
“그래서 어쩌겠다고?”
부들거리며 악다구니를 쓰는 내게 한경이 화난 듯 엄하게 말했다.
“……나도 데려가요.”
결국 비굴하게 매달렸다. 코웃음이 날아왔다.
“그쪽이 아빠인 건 인정할게요. 뭐,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억울해서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나는…… 유경이 없인 못 살아요…….”
눈이 매웠고, 확인서를 들고 있는 손끝이 아렸다. 종이에 가시가 돋친 것처럼 잡고 있는 손끝이 따끔따끔했다. 종이가시는 손끝으로 파고들어 혈류를 타고 심장으로 왔다. 심장을 시리게 자극하는 가시를 뽑아낼 수 없었다. 그저 보이지 않는 가시의 존재에 절망할 뿐이었다.
“단 한 번도…… 유경이 없이 사는 거 생각 못했다고요……. 유경인 유일한 내 가족이란 말이에요.”
물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입술이 심하게 파닥거렸다.
“……그러니까…… 유경이 데려가려면…… 나도 데려가요.”
결국, 뚝.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 나를 한경이 무표정하게 내려다봤다. 파닥거리는 입술을 꽉 악다물었다.
눈물도 닦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