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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57104253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16-07-01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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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일단 코미디언인 이상, 재미있는 개그가 절대적인 사명이라는 건 당연한 얘기고, 일상의 다양한 행동까지 모조리 개그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의 행동은 이미 개그의 일부라는 얘기야. 개그는 재미있는 것을 상상해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거짓없이 순정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지. 요컨대 영리한 걸로는 안 되고 진짜 바보, 그리고 자기가 제정신이라고 믿고 있는 바보에 의해서만 실현되는 것이 개그야”
가미야 씨는 눈으로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이따금 손끝으로 툭 쳐냈다.
“요컨대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온힘을 다해 살지 않으면 안 돼, 코미디언이란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말하는 놈은 영원히 코미디언은 되지 못해. 긴 세월을 들여 코미디언에 근접하는 작업을 하는 것뿐이지 진짜 코미디언은 못 된다는 얘기야. 동경만 하는 거지, 진짜 코미디언이라는 건, 극단적으로 말하면 채소를 팔더라도 코미디언이야.”
가미야 씨는 한마디씩 자기 스스로 확인하듯이 말했다. 남 앞에서 처음 해보는 이야기인지 노상 해온 이야기인지, 말하는 속도와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가미야 씨는 ‘없다, 없다, 까꿍!’이라는 놀이를 알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집 센 발명가나 예술가라도 자신의 작품을 받아들이는 자가 갓난아이였을 때, 여전히 자신의 작품을 일절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과거의 천재들도 가미야 씨처럼 ‘없다, 없다, 까꿍!’이 아니라 자신이 온힘을 쏟아 부은 작품으로 갓난아기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을까.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을 남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미야 씨는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방식을 결코 바꾸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너무도 상대를 과신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일절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가미야 씨를 지켜보면 나 자신이 무척 경박한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곤 했다.
미소를 지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오바야시 씨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백 편 가까운 개그를 시카타니는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뛰어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잔인한 말에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지를 뻔했다. 표정을 바꾸지 않고 어금니를 악물었다. 어금니를 아예 부숴버리고 싶었다. 맥주가 원래 이런 맛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