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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764488
· 쪽수 : 212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_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꾸며
1부 나는 가시나무
1. 바람이 불면
2. 가을 바다 가을 남자
3. 나는 가시나무
4.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
5. 눈 내린 그날의 우리
6. 나에게 빛나는 삶이란
7. 이름에 담긴 부모 마음
8. 시간을 파는 상점
9. 어디만큼 왔을까
10. 아름다움을 생각하라
11. 평범한 내 사랑이
12. 한 번 더, 가 보고 싶다
2부 늙은 바나나
1. 궁금한, 아버지 이야기
2. 소낙비
3. 늙은 바나나
4. 지금처럼 둘이 함께
5. 노년에 찾아온 사랑
6. 길, 그 망설임
7. 나의 행복은
8. 콩가루의 항의
9. 잠자리 풍장風葬
10. 추억 만들기
11. 러브레터
12. 아직 끝나지 않았다
3부 할머니 나무
1. 나의 5월 5일
2. 빈자리에 고이는 슬픔
3. 할머니 나무
4. 개구리 슬피 우는 밤에
5.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며
6. 둥근 돌
7. 홀로 사는 슬픔
8. 늦은 오후
9. 정죄산 답사
10. 밤새 안녕하셨어요
11. 봄, 꽃구경
12. 같이 늙어가는 사랑
13. 또 한 번의 이별
4부 아내에게 보낸 마음 편지
1. 병문안
2. 지금도 생각나는 사람
3. 아내에게 보낸 마음 편지
4. 아직은 남자
5. 할아비의 소망
6. 하루
7. 마음의 거리距離
8. 말, 도로 주워 담고 싶은
9. 아름다운 헌신
10. 다시 여성봉에서
11. 메리 크리스마스
12. 마른 눈물
13. 바람의 도시, 찰스턴에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마루 끝, 땅바닥에 신발장도 없이 각자 신는 신발 한 켤레씩이 놓여있었습니다. 출근하려고 보니 엄마가 서계셨어요. 얼어붙은 제 구두를 젖가슴 사이에 품고 맨살로 녹이며 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저는 출근길이 바쁘다며 신발을 빨리 꺼내놓으라고 핀잔만 주었습니다. 품에서 꺼내놓기 무섭게 신고 휑하니 집을 나섰습니다.
곰곰이 헤아려보니, 그때 엄마는 50대 중반이셨습니다. 남편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우느라 일찍부터 겉모습이 볼품없게 되셨지요. 저에게 퉁바리를 맞으면서도 얼어붙은 신발을 매일 안고 계셨던 것을 생각하면 엄마는 불만이나 원망 같은 불순물이 하나도 없는, 순도 높은 사랑을 마음 가득히 지니셨던 게 분명합니다. 이른 나이에 벌써 늙은 바나나가 되셨던 모양입니다.
- ‘늙은 바나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