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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0678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7-02-20
책 소개
목차
시시
애교 단상/ 참치횟집에 갔다/ 파란 무기/ 비눗방울/ 엉엉/ 뒷문/ 어떤 관심/우정 식당
,
만나는 법/ 곰팡이꽃/ 적막을 벌다/ 매미 목소리/ 시시, 미미/ 거실 산책/ 정전
미미
앉는 마음/ 머무는 마음/ 건강한 마음/ 선택하는 마음/ 셋잇단음표의 자유/ 굳은살 소고/ 배경 음악/
..
별명/ 차차 흐려져 다시/ 양파장아찌 이야기/ 고구마를 먹는다/ 비둘기와 산다/ 겨울 산책/ 매일 먼지와/ 떠나지 못하는 책/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저녁 아들의 운동화 끈을 매주던 순간 아롱다롱한 커다란 비눗방울이 우리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듯했다. 비눗방울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애 시절 만원 시외버스 안에서도 상대와 나 밖에 없는 듯 여겨지던 시간과 비슷했다. 고요하고 아늑했다. 인생의 고난에도 잘 웃고 내 속을 적당히 썩여가며 곁에 있는 아들만 보였다. 운동화를 신을 아들이 살아있어서 운동화 끈을 매어줄 수 있다는 사실만 중요했다. 아들 또한 타인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피의 반밖에 되지 않는 엄마가 끈을 잘 매는지 태연무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우리는 오색 비눗방울로 잠시 세상과 단절되었다.
맑고 투명한 막 안에서 한 사람만을 마주하는 순간이 자주 오지는 않는다. 그 안에는 두 사람만 있으며 그 순간 아무도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 막은 아슬아슬 연약하지만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아마 그래서 그 저녁 피워 오른 비눗방울이 내 마음속에 선연한 것이리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힘없는 것이 터지지 않은 채로 여태 간직되는 것이리라.
슬픔과 기쁨이 알맞게 어우러진 평화가 비눗방울 안에 둥글게 가득했었다.
- <비눗방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