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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윤은주 (지은이)
학이사(이상사)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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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2863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1-02-01

책 소개

산문의 거울 5권. 교정시설에 독서 수업을 하러 구치소로 들어가는 길, 지척에서 일렁이는 통영 바다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닫히는 철문에 가려 멀찍이 물러선다. 철문을 넘지 못하는 바다를 대신해 작가는 철문 안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파도를 가져다준다.

목차

모습
꽃무늬 두건
열일곱 살 무렵의 우리
사람, 사랑
썰물이 끝난 자리
안녕, 키다리 아저씨
영신당
인생을 바꿀 프로젝트
신포동 개나리

문득
꽃이 묻는 말
남의 곡식
매미의 시간
생의 임계점
옥상의 까치밥
제자리에서 조화롭게
하나, 혹은 둘
호취간래 총시화好取看來 總是花

흔적
5101호실의 전투
다시 한번 꿈을 꿀 수 있다면
목욕탕에서 노자를 만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몸을 위한 담론
새벽닭이 울 때마다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행복의 역설

모든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아홉 남매 행복 일기
언니를 위하여
엄마의 밥
유일한 사랑
“할머니, 저 잘했죠?”
할머니의 너른 품
화해의 저녁

기억
도서관, 영혼의 고속도로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진짜 원하는 추석
시골학교 도서관의 하루
어둠 속의 시
은빛 행복 책 읽기
이 땅에 온 ‘심청’에게
울음과 웃음을 보태며
나의 가엾은 두 손에게

저자소개

윤은주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2009년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경남대학교와 도서관, 장애인 기관 등에서 오랫동안 책 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장애인, 어르신, 다문화 등 문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읽기와 쓰기를 함께하는 일을 큰 기쁨으로 여기고, 이들과 다양한 책을 펴냈다. 현재 경남 창원시의 ‘꿈꾸는 산호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있으며, 책으로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지식이 홀씨처럼 널리 퍼져나가는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의 도화지에 그려진 다문화 세상』, 『바다는 철문을 넘지 못한다』와 엮은 책 『흰 지팡이의 노래』(1, 2, 3, 4), 『글로 쓰는 내 마음』 등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라디오에서 아득하게 잊고 있던 곳의 소식을 들었다. ‘진해 흑백다방’, 이제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그곳에서 피아니스트인 고 유택열 화백 따님이 피아노 연주회를 연다고 했다. 흑백다방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기억의 한 자락이 수묵화처럼 아득히 번져간다.
90년대 초반, 벌써 30여 년이 지난 아득했던 그 시절, 나는 잠시 방송국 작가 생활을 했다. 주 1회, 프로 야구 중계와 겹치면 결방이 되기 일쑤였지만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알리고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그 프로그램에 한 편 한 편 공을 들였다. 지금이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분야도 다양해졌지만 당시 우리 경남지역 작가들은 미술 분야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미완성의 그림들이 완성되어 가는 것과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서 알아가는 과정에서 꽤 재미가 있었다.
화가들의 작업실에 가면 유독 눈에 띄는 이미지가 있게 마련이다. 유난히 대작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그림보다 엄청난 크기의 캔버스가 사람을 압도하고, 추상화가의 작업실에서는 왠지 모를 난해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유택열 화백의 작업실에서 나를 붙든 것은 그림이 아니라 붓글로 쓴 시 한 구절이었다.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온통 어지러운 작업실 한 기둥에 붓으로 쓴 서정주 시 「부활」의 한 구절이 붙어 있었다. 서정주 시인을 좋아해 자주 접했던 시였는데 어쩐지 내가 알던 그 시가 아닌 듯했다.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얼마만큼의 깊이일까? 나는 그 아득한 그리움을 헤아려보다 포기해야 했다. 그저 보고 싶은, 그리운, 이런 수식어로는 알 수 없는 무엇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느새 유 화백의 화실을 가득 메운 추상화들을 그리움이란 단어와 연관하여 살펴보고 있었다. 마음으로는 혹시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생활 속에 늦게 찾아온 사랑하는 여인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살펴보니 흑백 위주로 동양화풍으로 그린 화백의 그림들에 그리움의 이미지가 그럴듯하게 들어맞는 것도 같았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누가 그렇게 그리우냐고 여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노화백은 짧게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셨다. 그 말 뒤 한참 뜸을 들이시더니 “나는 실향민이야. 북쪽이 고향이지.”라고 했다.
고향에 두고 온 수많은 그리운 것들, 정자나무, 우물가의 정담, 구수한 밥 냄새, 고향 뒷산의 완만한 등성이와 계절의 우수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더 그리운 사람들…. 노화백을 새벽마다 닭 울음처럼 깨운 것은 바로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하고많은 그리움 중 가장 절실하고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었다. 내가 가진 감정의 깊이를 다 합해도 그 심연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새벽마다 그리움으로 잠이 깬 유택열 화백은 풀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에 응어리처럼 안고 살다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부고를 들었을 때도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라는 말이 유언처럼 내 마음에 떠올랐다.

- 흔적, 「새벽닭이 울 때마다」 중에서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직업은 사진사였다. 엄마와 결혼 당시는 사진사가 지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만큼이나 첨단의 직업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다. 개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사라는 아버지의 직업은 속절없이 낡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여섯 남매의 맏이인 언니는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야 했다. 언니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 대회에 나갔다 하면 상을 휩쓸었다. 게다가 시골 중학교 출신으로 마산 제일여고 학생회 간부까지 할 만큼 통솔력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재주가 아니라 형편이었다. 동생들을 위해 언니는 대학을 포기했고 열아홉 살의 어린 나이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어린 나를 책임져야 했다.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던 때의 일이다. 마침 월급날이었는데 언니가 퇴근길에 강도를 만났다. 칼을 들이대며 돈 내놓으라는 그 강도에게 언니는 겁도 없이 ‘오늘 월급날이어서 돈은 있는데 이 돈 다 주고 나면 동생과 한 달 동안 굶어야 한다’고 매달렸던 모양이다. 결국 강도는 월급 중 5만 원만 내놓으라고 했다 한다. 그 돈을 빼앗긴 언니는 두려움보다 한 달을 어떻게 살지 더 걱정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나는 샴푸랑 치약 좀 좋은 것 쓰자며 철없이 조르곤 했다.
형부와 9년여의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을 한 언니의 결혼식에서 축시를 읽으며 나는 그 시간들이 생각나서, 열아홉 살 때의 어렸던 언니에게 미안해서 참 서럽게 많이 울었다.

- 모든, 「언니를 위하여」 중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이른 저녁 하늘에 성근 별이 돋고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있다. 하루의 끝에 저토록 맹렬히, 고픈 배와 허기진 삶을 안고 달려갈 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퇴근길의 차량들은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들 같다. 시인 안도현은 연어라는 말에서 강물 냄새가 난다고 했다. 연어들이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곳의 냄새가 그 이름에서 난다면 사람이라는 말에서는 집의 냄새가 날까? 밥이 끓으며 나는 구수한 냄새가 사람에게서 그대로 느껴지면 좋겠다. 잘 마른 빨래의 햇빛 냄새, 엄마의 품속 푸근한 그 냄새가 사람에게서 났으면 한다. 우리들이 궁극적으로 연어의 강물처럼 그리는 곳은 바로 집이니 말이다.

- 모든, 「화해의 저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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