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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425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3-06-15
책 소개
목차
서문 _ 다시 이정표 없는 거리에서
1부 세월의 무게
가장 잊을 수 없는 환자 / 젊은 암 환자의 절망 / 미숙한 의사와 젊은 보호자 / 어떤 이별의 방식 / 그분의 변명 / 변호사님, 그녀를 도와주세요 / 세월의 무게 / 후회 / 2020년 대구의 봄 / 코로나19 무대의 ‘그때 그 사람’ / 코로나 의사의 유감, 有感, not 遺憾 /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2부 일상 속의 사랑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 오징어의 추억 / 경부선 하행 열차 / 추일 잡정秋日雜情 / Money Talks! Everything / 동해안의 기억 / 실없는 옛 기록 / 경제적 독성 / 의도치 않은 세계일주
3부 어느 베이비부머의 기억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1 – 성장기成長記 /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2 – 성장기成長記 /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3 – 활동기活動記 / 어느 베이비부머의 행장行狀·4 – 이판사판吏判事判 / 쿠오바디스 도미네 / 의예과의 추억 /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수기
4부 소박하고 선량했던 그분들
목포 청년이 일생의 꿈을 펼친 대구의학전문학교 / 언제나 따뜻하셨던 전 교수님 / 이규보 교수님과의 만남 / 열정적이셨던 어느 노선배 / 1950년대 초 대구의대 풍경 / 화교 출신 동기, 유 형劉兄 / 디지털 친구 롭 로이Rob Roy / 우리 세대의 만남 / 외우畏友 범희승 교수와 함께한 세월 - 세상을 향해 울리는 소리
5부 망원경으로 바라본 세상
카푸치노와 톤슈라 / 찰스 디킨스는 누구를 사랑할까? / 1935년 5월 22일생 미국인 로버트 / 트리에의 칼 마르크스 / 26년 만에 만난 헝가리 유대인 티보 박사 / 아우슈비츠와 프리모 레비 / 암흑가의 두 사람 / 국립대 총장의 존재감 / 좋은 불평등과 대학 등록금 / 싸가지 없는 정치 / 의료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한계
에필로그
무등산과 팔공산 - 지역갈등 해소인가 인간적인 끌림인가?
감사의 말씀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과 전공의 1년 차를 시작한 지 서너 달에 불과한 내가 당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나는 철이 없었고, 당돌하고 겁이 없었다. O 양의 아버님에게 사망이 임박했다는 걸 알리면서, 따님의 시신을 의학발전을 위해 부검하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부검 후에는 병리과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화장 후 학교 해부실습 교육에 바쳐진 유해들을 모시는 절차에 따라 정중하게 모셔진다고 자세히 말씀드렸다. 아버님은 별말씀을 않으셨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라 하시며 딸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니 선생님이 잘 보내 달라고 하셨다. 소녀의 언니는 눈물만 흘렸다.
- ‘가장 잊을 수 없는 환자’ 중에서
몇 년 전에 병원장 공모에 나가서, 낙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닭 벼슬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교수의 보직에 크게 집착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불합리하게 진행되던 선임 과정이 실망스럽더군요. 물론 애써 태연하려 노력했습니다만, 며칠이 지나니 처음 예상보다는 더 깊은 마음의 상처가 남더군요.
그즈음의 어느 휴일에 병원에 나와서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혼자서 이 집에 갔습니다. 칼국수를 시켜놓고, 멀뚱멀뚱 앉아있으니, 아줌마가 돼지고기 수육을 접시에 담아 와서 맛있게 먹고 힘내라고 하였습니다. 자기는 제가 병원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는데, 아쉽다면서 칼국수 가격보다 비싼 것이 틀림없는 맛있는 부위의 수육을 챙겨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태더군요. “선생님은 착해 빠져서, 그런 경쟁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 그런 싸움장은 모진 사람이 나가는 곳이에요.”
- ‘칼국수 아줌마의 수육 한 접시’ 중에서
예과 과정에서는 체육과 교련이 필수였다. 특히 예과 1학년 때에 대학생 병영훈련 과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서 여름 방학에는 지금의 군 입대병 수준으로 머리를 깎고, 성서의 군부대에 입소하였다. 특히 입소한 다음 날인 8월 18일에 발생한 판문점 도끼 피습사건으로 인하여 입소 기간 내내 전투 비상이 발령되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교련과목은 매주 4시간 수업의 필수과목이었다. 출석을 몇 번만 빠져도 학점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몇 명의 입학 동기들은 교련과목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여 예과에서 낙제를 하였다. 한편으로는 4시간의 수업시간 중에 도망 나와 후문 당구장으로 향하던 친구들로 인하여, 당구장 큐대함에는 목총들이 일렬로 놓여있고 교련복을 입은 학생들은 전투태세로 당구에 몰입하기도 하였다.
- ‘의예과의 추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