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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란골 일기

곡란골 일기

(지금, 여기에서)

천영애 (지은이)
학이사(이상사)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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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란골 일기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곡란골 일기 (지금, 여기에서)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4621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11-03

책 소개

도시에 살다가 곡란골로 이사 오면서 시골 생활의 본모습을 글로 썼다. 시골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꿈의 공간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주 공간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얼룩처럼 번져나가는 시골에서의 일상을 담았다. 시골이라고 모든 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분명 도시보다 거주 공간으로서는 아름답고 편안하다. 그 아름답고 편한 삶의 이야기이다.

목차


공간은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별이 반짝이는 밤에 / 환대와 나눔의 관계 / 역마의 꿈이 자라는 봄밤 / 영등할매가 오시는 음이월 / 영춘화가 피는 마을 / 부활하는 숲 / 꽃은 피었으나 보는 이 없으니 / 노인보호구역 / 다사다난한 5월 / 맑은 하늘이 그리운 날 / 선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 적막한 마을의 정오 / 정겨운 현수막의 나라 / 천천히 더 느리게 / 큰개불알꽃이 피는 겨울, 그리고 봄 / 나무들이 꾸는 봄밤의 꿈

여름
고요와 적막의 소리 / 곡란골의 여름 아침 / 기대 살아야 할 것들 / 납딱바리 스릴러 / 농사 짓는 일의 즐거움 / 농촌 마을이 아프다 / 양심의 맑은 눈이 밝혀 주는 무인 판매대 /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 시골 인심이 사납다고요? / 우박이 쏟아지고 난 후 / 움직이는 나무들 /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 적막한 평화가 나를 자유롭게 할지니 / 참깨의 추억 / 하늘과 바람과 비 / 할머니의 자가용

가을
고택음악회 / 곡란골의 오래된 친구들 /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닌 / 날마다 농사 세미나를 했으니 / 무위의 아름다움 /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 / 바야흐로 가을이 / 쌀 한 가마의 수고로움 / 욕쟁이 앵무새부터 소쩍새까지 / 할머니들의 화투판

겨울
눈이 내리고 숲은 수런거리니 / 기억이 완성하는 집 / 두부 사러 산협에 드는 일은 / 두 번째 겨울 / 영원회귀의 삶이 있는 마을 / 원초적인 생명의 숲 / 고등어와 아버지 / 김장하는 할머니 / 다시 새해를 맞이하며 / 거기에 사람이 있다

저자소개

천영애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8년 경상북도 경산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시집 [무간을 건너다] [나무는 기다린다] [나는 너무 늦게야 왔다] [말의 섶을 베다], 산문집 [곡란골 일기] [사물의 무늬]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를 썼다.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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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처음 이 곡란골에 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딱히 나를 반기지는 않았다. 아니 반기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덤덤했다. 그러다가 과일을 수확하면서 그들은 자주 과일이 가득 든 바구니를 주었다. 그것이 이 시골 사람들의 환대 방식이었다. 이사를 들어와서 떡을 돌렸을 때도 무덤덤했는데 나중에 채소와 과일을 수확하면서 그때 떡 잘 먹었다고 바구니 가득 채소와 과일을 담아 주는 것이었다. 시골의 시간이 천천히 느리게 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사도 천천히 느리게 진행되었다.
이사 온 첫해, 나는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만 씨앗을 뿌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녀가고 나면 늘 뭔가 아쉬웠다. 가을이 오자 배추도 딱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의 모종만 심었는데 그래서야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튼실하게 자라는 배추를 보면서도 선뜻 뽑아줄 수 없었던 것은 딱 우리 먹을 만큼만 심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뭐든지 넉넉하게 심어두고는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내 마음속에는 그런 방식으로 하는 친구와 이웃에 대한 환대와 나눔의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다만 그 환대와 나눔이 호들갑스럽지 않고 표나지 않게 물 스미듯이 나와 상대에게 스며드는 방식이 시골스러울 뿐이다.
가끔 현관에는 작은 개구리와 풍뎅이의 사체가 놓여 있다. 고양이가 나를 환대하는 방식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는 나에게 고양이는 개구리와 풍뎅이를 잡아서 보답한다. 고양이가 좀 더 크면 뱀이 현관에 놓여 있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양이는 또 나에게 스며들었다. 그 사체들을 통해서 나는 고양이가 나를 환대하고 있음을 안다. 이렇게 나는 나의 에덴동산을 만들어 간다.

-봄, ‘환대와 나눔의 관계’ 중에서


어젯밤, 해가 저물자 곡란골에는 난데없는 스릴러 스토리가 펼쳐졌다. 이웃과 몇 마리의 통닭을 놓고 가벼운 맥주를 한잔 하는 자리였는데 아저씨 한 분이 산중에 있는 저수지에서 있었던 한밤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아홉시쯤 되어서 메기도 얼추 몇 마리 잡았고 해서 집에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숲에서 흙이 훅 날아오는 기라. 라이트를 비춰보니 숲에서 새파랗게 불을 켠 눈 두 개가 보이는 기라. 돌을 던져서 쫓아내고 다시 메기 낚시에 정신이 없는데 한참 있으니 또 흙이 후두둑 날아오는 기라. 다시 라이트를 비춰보니 이번에는 불이 새파랗게 켜진 눈이 네 개인 기라. 그놈이 다른 놈을 데리고 온 거지. 그래도 내가 겁은 좀 없는 사람인데 와락 무섭데. 저수지에 펼쳐놓은 낚싯대가 한 여덟 개쯤 됐는데 그걸 어떻게 챙겼는지 몰라. 저쪽에 있는 낚싯대를 가져오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 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해 보니 잡아놓은 메기를 안 가져왔는 기라. 근데 다시 돌아갈 수가 있어야지. 그놈이 다른 놈을 데리고 올 줄은 몰랐지. 갔는 줄 알았제. 할 수 없이 잡은 메기는 그대로 두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 후로는 다시는 밤에 메기 잡으러 안 갔지. 그놈이 납딱바리라 카는 놈 아이가. 두서너 놈 오면 정신을 홀린다고. 옛날에는 그놈한테 홀려서 죽은 사람도 여럿 되는 기라.” (중략)
내가 어릴 적에 자타가 인정하는 이야기꾼이셨던 아버지는 저녁마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온갖 산짐승들의 활약상을 들려주면서 방 안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곤 했는데 그때 자주 등장하던 짐승이 바로 이 납딱바리였다. 그때 나는 이 짐승이 네모반듯하고 납작한 그런 모양으로 상상했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살쾡이라는 것이다. 이 대명천지에 납딱바리라는 수십 년 전의 짐승이 다시 호명되고 그 익숙한 이름에 유아기부터의 모든 추억이 일시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는 이미 먼 옛날의 인간이고, 내 정신의 근원은 좁은 오솔길을 걸어가던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때 길들은 넓지 않았고, 어두워지면 산짐승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이 산 저 산을 쏘다녔고, 나는 당연한 듯이 그것들을 지켜보았다. 비라도 내리는 밤이면 멀리 공동묘지에서 보이던 불빛들도 아직 내 가슴엔 아련히 켜져 있다.

- 여름, ‘납딱바리 스릴러’ 중에서


마늘을 심기 전까지 우리보다는 훨씬 낫지만 역시 반풍수 얼치기 농사꾼인 이웃과 수없이 많은 마늘세미나를 했다. 그가 마늘세미나를 하자는 날은 심심하니 놀자는 날이었지만 “마늘세미나도 하고.”라는 그럴듯한 핑계로 함께 밥도 먹고 수다를 떨며 낯선 시골의 긴 밤을 보내곤 했다. 농사의 ‘농’ 자도 모르는 우리는 그 수많은 밤의 마늘세미나를 통해서 배운 것은 없었지만 막상 그가 빌려준 기계로 밭을 갈고, 준비해 준 토양살충제와 거름을 밭에 뿌리고 이랑에 비닐을 씌울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가 구해준 씨 마늘과 또 그가 구해준 외국인 노동자 덕분에 무사히 마늘을 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스스로를 딴따라 농사꾼이라 하는 그가 아니면 밭조차 갈 수 없었고 외국인 노동자도 어디서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막가파 농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자주 열렸던 시골 마당에서의 마늘세미나는 결국 그가 모든 걸 해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앞으로 우리 마당에서는 또 다른 농사 세미나가 풍성하게 열릴 것이고 그때마다 내 귀는 세찬 바람을 맞은 것처럼 팔랑거릴 것이다.

- 가을, ‘날마다 농사 세미나를 했으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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