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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609054
· 쪽수 : 260쪽
목차
작가의 말 / 5
1장. 시래기 삶는 냄새
내가 살던 고향은 12
두부김치와 시래기 된장찌개 15
따뜻한 밥 한 그릇 18
봄빛과 봄바람, 그리고 흙냄새 21
시래기 삶는 냄새 24
동지섣달 긴긴 밤에 28
시원한 등물 한 바가지 31
맨바닥에 엎드려 큰절 하는 새신랑 34
그냥 두고 본다 37
2장. 꽃을 싫어하는 남자
솔아 솔아 푸른 솔아! 42
거총, 발사, 약실 검사는 사격장에서만 45
가슴 떨리는 영이 전화 48
구리 알 같은 열아홉 개비 담배 51
오월에 생각해 본 ‘큰 나의 밝힘’ 54
꽃을 싫어하는 남자 57
저잣거리가 된 산사(山寺)와 절간 같은 학교 61
악착동자와 노아의 방주 64
청정(淸淨)한 기운 담은 키워드(Key-Word) 67
3장. 노동의 새벽
살진 젖가슴과 비리묵은 개등더리 72
산 위에서 부는 바람 75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78
오뉴월 염천(炎天)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81
콩밭 매는 아낙네야 84
만국기 펄럭이는 가을 운동회 87
노동의 새벽 90
선풍기 바람에 5월은 날아가고 93
뒷물 마른 물꼬 싸움 96
농심(農心)! 그 거룩한 덕목 99
4장. 이름의 신선도와 유통기한
빈대도 잡고 초가삼간도 지켜야 하는데 104
어리석고 부끄러운 빗자루 질 107
감동의 씨앗 하나씩 110
호들갑이와 미련 곰탱이 113
이름의 신선도와 유통기한 116
맑고 밝은 기운 듬뿍 담아 120
초가을 달밤 KORAD 옥상에서 123
또도 아닌 것과 겅궁말 쓰는 고수 126
천박한 ‘니나돌이’와 아름다운 소통 129
세상살이 힘들어 감당키 어렵거든 132
5장. 학교 종이 땡! 땡! 땡!
애틋하고 지혜로운 밀땅 136
학교 종이 땡땡땡 139
외로운 섬들 143
뇌물과 선물 146
무등산(無等山)과 수능산(修能山) 149
설에 생각하는 어른의 존재 152
새댁이 돈을 모으려 작심한 이유 155
시견머리 틔우고 두량 넓히기 158
장군 부인이 무릎을 꿇은 사연 161
시월의 마지막 날 흘린 눈물 164
6장. 안다이 똥파리
생고기 배나 따서 먹고 사는 동네 168
유월의 짙은 숲길을 거닐며 171
치사한 유세 떨기 174
향기로운 말씀 종소리 울려 퍼지듯 178
안다이 똥파리 181
금기(禁忌)줄 184
당췌 무신 말인동 몰따 187
걸림 없는 비구니 190
간호사들의 아름다운 셀프(Self) 훈장 193
7장. 아내와 여자
아∼들 갈무리는 다 했지러? 198
제사상에 밑에서 똥 싸는 놈도 있어야 201
헛기침과 말발 204
아내와 여자 207
어린 시절 만난 어떤 스승 210
동글이를 위한 기도 214
늦가을 황룡골 ‘왕의 길’을 걸으며 219
대물림 바톤 터치(Boton-Touch) 222
나는 언제쯤 산을 닮을 수 있을까? 226
8장. 바람과 빛 그리고 사랑
서출지의 전설은 지금도 이어지고 232
개토제(開土祭)와 평토제(平土祭) 235
느거 아부지 땜에 울 아부지가 238
한여름 밤, 황룡사지 별빛 아래에서 241
여수 밤바다와 신라의 달밤 244
나라를 잃었던 자들아, 그날을 기억하라! 247
남산 옥돌처럼 빛나는 경주 사투리 250
바람과 빛 그리고 사랑 253
고마 됐다 257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살던 고향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던 고향/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즐겨 부르는 동요 <고향의 봄>이다. 눈 감고 2절까지 부르며 어린 시절 옛 고향마을을 떠올려 본다. 사람마다 나이와 태생지에 따라 느끼는 감정의 폭은 다르겠으나, 온 천지가 꽃동산인 이 계절에, 누구나 불러보고 싶은 고향의 봄이 한창이다.
눈으로 보는 봄도 찬란하지만, 맛으로 맞이하는 봄은 더욱 즐겁다. 언 땅이 풀리면 입맛을 돋우는 향긋한 냉이 무침으로 시작하여 된장찌개에 넣은 달래의 향기와 맛, 아싹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쑥국, 초장에 찍어 먹는 쌉쌀한 미감의 어린 두릅, 그리고 산에서 지천을 돋아나는 온갖 산나물들…
젊은 시절에는 친·외·처가의 정자나 산기슭에서 화전놀이와 봄나물 잔치를 하며 남녀노소 혈족끼리 정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급변하는 세태 속에 차츰 멀어져 가는 것 같다. 그래도 해마다 절기에 맞춰 이런 저런 인연의 정다운 이들과 봄의 맛을 나누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소박한 삶의 재미라 하겠다.
지난 해 가을, 친구의 모친께서 잠시 다녀가라고 하셔서 찾아뵈었더니, 정성들여 농사지어 참기름 짰다며, 우리 내외와 아들과 딸의 집에 한 병 씩 각각의 몫으로 챙겨 주셨다. 올 봄에는 평소 존경하는 원로 여류 시낭송가께서 “뜰에 꽃이 만발하고 엉개나물 맛이 한창이니, 좋은 사람들과 식사나 함께 하자.”시며 거듭 초대해 주셨으나, 응하지 못한 송구한 마음 빚은 아직도 남아 있다. 또, 양북이 고향인 후배는, 노모께서 손수 따서 짚으로 엮은 엉개(엄나무) 몇 두름을 보내왔는데, 그 모자분의 은근하고 깊은 정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아침 일찍 새벽시장에 가면 제철의 산해진미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새벽시장에 가서 엉개 잎을 사와서 잘 데쳐내어 양손으로 둘둘 말아 초장과 된장에 번갈아 꾹꾹 찍어 먹었다. 쫀득쫀득 씹히는 엄나무 잎 그 특유의 식감과 향기를 즐기다가, 평소 필자와 살갑게 지내는 후배가 옛집 앞 ‘엄나무’를 소재로 쓴 시가 생각나서 읊조리며 옮겨본다.